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탈권위” 당내 민주화엔 긍정적/민주당 「집단지도체제」 출범 한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탈권위” 당내 민주화엔 긍정적/민주당 「집단지도체제」 출범 한달

입력
1993.04.12 00:00
0 0

◎“과도체제 인상” 부정적인 시각도/최고위원 경쟁관계·계파 얽혀/「8인 합의제」 당운영에 어려움민주당의 집단지도체제가 11일로 운영 한달을 맞았다. 전당대회가 지난달 11일 정계은퇴이후 야당 지도력의 시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짧은기간이긴 하지만 보기드문 야당의 집단지도체제 시험이라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두김시대 이후에 대비한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준 「집단리더십」은 김 전 대표의 정계은퇴이후 야당 스스로가 「창출」해낸 자구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야권이 김 전 대표에 필적할만한 차기지도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필연적인 체제였다고 할 수 있다.

1인지배하의 야당이 일사불란하고 강력한 지도력을 가져야 했던 것은 여당의 강력한 「물리력」에 맞서는 효과적인 전위세력을 야당이 담당해야 했던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반대로 이런 현상이 정치발전의 퇴행적 요소로 끊임없이 지적돼온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민주당의 집단지도체제는 정치사회 전반의 탈권위주의 추세속에서 당내 민주주의의 확대 실현이라는 의미를 지닌 측면이 있다. 또한 야당이 1인구조를 탈피했다는 점은 정치권이 본격적인 세대교체기에 접어들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결과는 대통령선거라는 국민적 선택의 과정을 거쳐 주어진 것이라고 해야 한다.

야당의 대명사였던 두김시대가 막을 내렸다는게 형식적 요건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달간 가동시킨 집단지도 행태는 그 배경과 속성의 긍정적 요소와 함께 비생산성과 파쟁성의 부정적 단면들도 적지않게 표출시켰다.

불과 한달사이에 긍·부정의 양면들을 모두 볼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의 새 체제가 앞으로 거쳐야할 시험기가 매우 지루할 것이란 예상을 낳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의 지도체제는 크게 볼 때 일종의 과도체제라고 규정해야 할 것이다.

이 체제는 김 전 대표의 공백메우기에 주력하고 있으며 야당의 자생력 확보나 차기정권에의 접근가능성은 그 다음에 판단해야할 사항들이다.

○…민주당의 지도체제는 이기택대표를 비롯,8인의 최고위원으로 이루어진다. 이들로 구성된 최고위원 회의는 당의 최고 집행기구이다. 엄밀한 법적의미에서 집행기구이지만 사실상 일상 당무의 결정에 실질적인 의결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지난 한달간의 주요 당무는 최고위원 회의가 결정하고 이끌어왔다. 과거 김 전 대표의 권위하에서 형식적 권한을 가졌던 최고위원 회의와는 전혀 딴판이다.

현재의 민주당에 관한한 사무총장 원내총무 정책위 의장 등 당3역은 종래와는 달리 한정된 영역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최고위원들이 완전 자유경선에 의해 선출된 선출직이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역할이다. 이들에 비해 3역은 임명직이다.

이같은 최고위원의 새로운 위상은 이들이 차세대 당권경쟁의 당내 후보임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최고위원들 역시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표를 이어갈 야당의 지도자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이들 가운데서 충원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의 경선은 다음 지도자들을 가시화시켜준 과정이었다.

따라서 최고위원 개개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권위와 발언권은 외부의 막연한 시각보다는 좀더 구체적이다. 이들 가운데는 벌써부터 다음의 당권경쟁을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이 대표는 김상현 정대철 전 최고위원과 경선을 벌였지만 앞으로의 진짜 경쟁은 이들 최고위원들과 벌이도록 돼있다. 지난번 경선은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을 분리해 실시됐다.

이 대표는 당을 대표하지만 당운영은 어디까지나 8인 합의를 거쳐야만 한다.

그리고 이 합의에는 문자 그대로 명실상부하다. 8인이 모두 대등한 수평관계이다. 이 대표가 회의를 주재하지만 발언권에 있어 이 대표와 최고위원간 차등은 전혀 없다. 이는 이 대표 스스로의 현실인정이기도 하려니와 각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의 우월한 발언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최고위원 관계가 잠정적 경쟁관계의 본질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회의운영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늘 깔려있다.

여기에는 또 경선과정에서 잘 드러났던 당의 계파구조가 얽혀있다. 때문에 최고위원 회의의 의사결정 과정은 매우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때로는 계파지분이,때로는 최고위원 개인의 정치적 이해가 종횡으로 작용한다. 회의가 10여시간 가까이 계속되곤 하는게 이해가 간다.

최고위원 구성을 크게 보면 주류대 비주류의 구분이 가능하다. 대표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 표대결을 벌였던 이 대표와 김·정 전 최고위원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한 구분방식이다. 김원기 한광옥 권노갑 노무현 최고위원이 이 대표와 함께 주류세력으로 분류될 수 있다. 나머지 유준상 조세형 신순범 이부영 최고위원이 반대세력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전당대회 경선과정을 대입시킨 세력분포일뿐 그 이후 당 11역 인선이나 원내총무 경선에는 이 도식이 통하지 않았다.

당내에는 또한 범신민계와 범민주계,동교동계와 개혁세력이라는 계파의식이 존재하고 있다. 총무경선 결과가 이 구조의 반영이었다.

총무경선에서 2차 결선투표에 갔던 김태식·홍사덕의원은 모두가 주류였다. 그러나 김 의원은 홍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물리쳤다. 이같은 구조는 결국 각 최고위원에 의해 대표되고 그 이해가 상충,혹은 조정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최고위원간 개별경쟁관계가 작용하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당내 영향력의 경쟁이 상호견제나 협력관계를 통해 벌어지는 것이다.

크게 볼때 이는 이 대표가 명목상 당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입장에서의 당 장악능력 발휘와 이에 대한 도전과 견제의 모습을 계속 「생산」해야하는 최고위원간의 대립적 관계로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차기 당권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갖기 위한 최고위원간의 신경전이 언제나 깔려있다. 가령 김 전 대표이후 호남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이 그 한 예이다. 대표경선에서 김상현후보가 이를 선거전략의 한 무기로 활용했다면,그후 김 전 최고위원은 김원기 최고위원의 강력한 대시에 휘청거려야했다. 당 3역 인선에서 김병오 정책위 의장이 결정되는 과정은 이를 압축해 보여주었다.

당시 김 의장은 조세형 최고위원이 주류와 비주류 경합을 뚫고 제시한 카드였으나 김 최고위원은 이에 넌지시 동의함으로써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책위 의장은 총무경선과정에서 김 전 최고위원의 비주류 몫으로 양해됐던 자리였다. 이를 계기로 경선에서 패배한 김 전 최고위원의 위상이 재평가돼야 한다는 현실인식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이같은 최고위원 구조로 인해 개개인의 독특한 정치적 입지와 행동반경이 주목거리이다.

우선 이 대표는 신민계,특히 동교동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김원기 권노갑 최고위원의 제휴를 적극 보장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비주류의 도전을 눌러야 한다. 이 대표는 또한 이들을 지렛대로 최고위원간,혹은 비주류간 분열을 유도하는 당운영방식도 구사해야할 형편이다. 당직인선에서 조세형 최고위원과 손을 잡은 경우에서 이 방식이 엿보였다.

김원기 최고위원은 최고득표를 함으로써 수석최고위원의 위상을 얻게 됐다. 김 최고위원의 향후 행보는 이를 계속 유지,확대하는 방향에서 주목해야 한다. 이와관련,당내에는 「김원기계」로 불리는 의원들이 15명 정도 포진하고 있어 관심이다. 김 최고위원은 평소에도 이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2년후 당권경쟁에서 이 대표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가 될 수도 있다.

김 최고위원이 김상현 전 최고위원을 누르고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의 선두주자가 되려하고 있다는게 당내의 지배적 분석이다.

유준상 최고위원은 신순범 최고위원과 함께 간판급 비주류이다. 경선유세중 교통사고로 계속 입원중이지만,중요결정 때는 휠체어를 타고 회의장에 나타날만큼 자신의 영역확보에 극성이다. 이 대표로서 다루기가 까다로운 편이라 할 수 있다.

조세형 최고위원은 논리적 언변으로 회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실력파이다. 경선에서 중도를 표방했듯이 그는 대표적인 「홀로서기」파이다. 조 최고위원이 마음먹고 전개하는 발언에는 이의가 따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야당에서는 보기드문 논객이어서 합리성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세력을 확장,거느릴 식솔을 늘리는 일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광옥 권노갑 최고위원은 정치적 입지를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서 관심대상이다. 이들 역시 합종연형의 세력판도를 타고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것이다.

이부영 최고위원은 당내 개혁세력의 리더격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는 경선에서 최하위 득표를 했지만 당내 개혁정서의 실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최고위원 당선 자체가 더 중요시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의 정치적 거리가 가깝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개혁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는 노무현 최고위원은 이 최고위원보다는 이 대표의 영향권에 닿아있다고 분류될 수 있어 흥미롭다. 민주당은 김 전 대표라는 거목이 사라진 가운데 이처럼 군웅할거의 형태로 운영돼가고 있는 것이다.<조재용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