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오염」 안돼… 대선후보 적임자 평가/로카르 당권장악후 다수파서도 지원지난달 28일 총선에서 참패한 프랑스 집권 사회당은 과연 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당이 부닥치고 있는 이 문제는 2년후 대선에서 미테랑의 대권을 승계할 수 있을 것인가와 직결되고 있다. 현재 당의 유일한 보루로 남은 대통령직마저 우파에게 넘겨줄 경우 사회당은 소멸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기의식은 사회당내에 벌써부터 대선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파벌간 경쟁을 부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자크들로르 EC 집행위원장의 갑작스런 국내 정치무대에서의 부각과 함께 미셸로카르 전 총리의 기습적인 당권장악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당은 총선 참패 1주일만인 지난 3일 로카르 전 총리가 전격적으로 당권을 장악하는 소용돌이에 빠졌다. 「주말의 쿠데타」로 표현된 당권교체는 이날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로카르가 조스팽 전 제1서기와 연합해 당의 서기국을 해체,파비우스 제1서기를 축출한 것이다. 로카르는 7월의 긴급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잠정 지도체제를 구성하고 자신이 위원장이 되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의 대권후보로 사실상 추대됐던 로카르는 파리근교의 지역구에서 무명의 우파연합 후보에게 패배,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그의 당권쟁탈은 사회당내 최대 파벌인 파비우스파와 모르와파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으며 당의 분열을 심화시켰다. 파비우스 전 총리는 『로카르의 개인적인 야심이 당을 파괴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미테랑의 오랜 당내 정적이기도 한 로카르는 당과 자신의 정치적 위기상황이 표류를 거듭하게 될 경우 아직은 확고하지 못한 대권후보자격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됐다. 충격요법으로 위기국면을 타개하면서 선거의 책임을 물어 미테랑의 당내 세력을 약화시키자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같은 사회당의 위기와 분열양상속에서 한편 자크 들로르 EC 집행위원장이 정가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81년부터 3년간 미테랑 집권 초반 사회당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던 들로르는 85년 EC 집행위원장에 선임된 이래 프랑스 국내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항상 지켜왔다. 따라서 그는 실업난,부정부패,장기 집권의 염증으로 지리멸렬해진 사회당내에서 상처를 입지 않는 유일한 인물로 남아있다.
특히 당내 소수세력인 로카르의 당권장악은 경쟁관계인 미테랑의 직계 파비우스파들과 신진 정치세력들로 하여금 들로르의 대권후보 불가피성을 뒷받침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테랑의 측근들은 공개적으로 들로르만이 사회당을 재건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들로르는 8년간 파리의 정치무대에서 떠나 있었지만 대통령후보에 대한 여론조사결과에서도 항시 선두를 지켜왔다.
총선후 피가로지의 조사결과 그는 우파의 지도자인 시라크 전 총리와 지스카르 전 대통령과 1차와 결선투표에서 대결해도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로카르는 두사람에게 모두 패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의 낮은 대중적 인기는 최대의 약점이 되고 있다.
들로르는 특히 EC 집행위원장의 임기가 대선전인 94년말에 끝나는데다 어려운 국내정치 경제상황으로부터 초연할 수 있다는 위치가 오히려 이점으로 어겨지고 있다. 유럽통합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그의 가능성은 더욱 높다.
현재로는 로카르가 당권을 장악했지만 결국 미테랑은 결정적 순간에 들로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것이다. 관측통들은 따라서 이번 총선의 진정한 승자는 우파가 아니라 들로르 위원장이라는 분석마저 제기하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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