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개혁의 새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는 판에 느닷없이 헌법 개정문제가 튀어나와 핀잔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광웅 서울대 교수가 9일 민자당 의원 세미나에서 대통령임기를 현재의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개헌론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다. 즉 김 교수는 『앞으로 2007년까지 선거를 30번이나 치러야 하는데 선거 때문에 정치구도가 일그러져서는 안된다』면서 『국민들이 헌법을 9번이나 고쳐 개헌 얘기가 나오면 식상해 하지만 4년 중임제로 바꿔 선거주기에 맞도록 개헌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김 교수 자신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의 개헌사는 유감스럽게도 집권자의 의사에 따라 좌지우지되어 많은 오점을 남겼기에 개헌이란 말만 들어도 「이건 또 무슨 소린가」하고 일단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게 어쩔 수 없는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더구나 김 교수의 발언은 학술단체나 다른 기관에서 한 것도 아니고 집권당인 민자당 의원 세미나에서 특강이란 이름으로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던 것이다. 김 교수 자신은 또 정부·여당쪽의 자문에도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4년 중임 개헌이 혹시 김영삼대통령이나 민자당의 정치개혁 구상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김 교수가 지적한대로 산만한 선거일정의 조정이나 정치안정 책임국정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5년 단임에 문제가 있다는 논의가 나온지는 오래되었다. 미국처럼 대통령중심제를 한다면 4년 중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식자층에서 많이 나오고 있고 또 그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동시에 개헌문제가 제기될 경우 이제는 내각책임제로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의 선거방식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 형태나 권력구조를 얘기할 때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권을 가지고 있으나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이 없다는 불균형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개헌문제를 들추자면 짚어야 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김 교수가 제기한 것도 그중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발언이 파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지금은 새정부가 출범한지 겨우 한달밖에 안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국민과 새정부가 어떻게 하면 보다 맑고 깨끗한 사회로 개혁할 수 있는가에 마음을 쏟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민감한 대통령임기와 관련한 개헌론이 여당의원 세미나에서 나왔다는 것은 엉뚱하다는 소리를 들을만하다. 김 대통령이 이제 취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대통령임기이후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지나 않나하는 불필요한 의혹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김 대통령의 재임중 개헌을 일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행 법에 따라 임기가 끝나는 5년후에 대통령직을 물러날 것』이라고 서둘러 의혹의 불길을 끄고 있다. 4년 중임제는 학자로서 개인의견을 밝힌 것이며 청와대와 민자당이 논의한바도 고려한바도 없다는 해명을 그대로 믿고 싶다.
그래서 이번의 개헌론 해프닝은 이것으로 일단락짓고 지금까지 추진해온 개혁작업에 더욱 정진할 것을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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