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최근 언론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은 지난 1일 공보처장관의 업무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문민시대의 언론관을 밝혔고,신문의 날을 하루앞둔 6일 여러모임에서도 언론에 대한 몇가지 견해를 밝혔다.언론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생각할 때 언론은 누구의 충고도 달게 받아야 한다. 특히 김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이다. 언론은 군사독재아래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에게 뼈아픈 빚을 지고 있다. 야당 지도자 김영삼·김대중씨에게도 언론은 잔인했다. 김영삼씨가 단식투쟁과 연금생활로 고통을 겪을 때 언론은 그 사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군사정부가 발표한 김대중씨에 대한 피의사실을 진실을 보도하듯 대서특필함으로써 국민이 그를 의심하도록 하는 일에 기여했다. 그것이 언론의 지울 수 없는 과거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공보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써먹던 당근과 채찍의 언론정책은 끝났다』고 말했을 때,많은 언론인들은 문민시대의 언론정책을 설명하는 사족으로서의 그 말에 실망했다. 그말은 『앞으로는 야당을 탄압하지 않겠다』든가 『이제 더 이상의 이한열이나 박종철은 없다』는 말과 같다. 그말들은 문민정부의 존재이유 그 자체다. 너무나 당연하고 당연해서 입에 올릴 필요조차 없는 말이다. 「당근」도 「채찍」도 거부하고 민주언론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은 언론의 몫이지,문민정부의 선언일 수는 없다.
대통령은 6일 언론학자 등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ABC(신문부수 공사제도),사이비언론,신문의 과잉경쟁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요즘 나오는 신문의 80% 정도는 읽히지도 않은채 버려진다니 엄청난 쓰레기를 양산하는 셈이다… 신문이 남의 재산은 공개하라면서 자신의 부수를 공개 안하는 것은 모순이다. 언론은 과소비중의 과소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신문들이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과다경쟁을 하고 있다. 신문도 일요일은 쉬는 때가 빨리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평들은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발언으로서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사이비언론의 척결은 형법의 대상이지 언론정책의 대상이 아니다. 5공이 이 문제를 언론 길들이기의 명분으로 삼아 언론통폐합을 감행했던 과오를 기억해야 한다. 과잉경쟁으로 인한 자원낭비,발행부수 공개 등도 신문이 자율적으로 해결해가야 할 과제들이다. 신문이 쉬는 날 없이 뉴스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은 독자들의 당연한 요구인데,대통령이 『일요일에도 쉬지않는 것은 광잉경쟁』이라고 말하는 것은 독자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
한국언론은 오랜 세월 정부의 억압아래 안주했고,이제 자유시장경제의 질서를 익히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모든 규제를 품고 있는 시대에 언론에 대해서도 인내하면서 자율과 질서가 뿌리내기를 기다려야 한다.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대통령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심판관이 되는 것은 무리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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