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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해외투자가 큰몫(흑자대국 일본경제의 저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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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해외투자가 큰몫(흑자대국 일본경제의 저력:2)

입력
199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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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기업 내실화·재테크 전력/작년 하루 3억3천만불 순익/흑자부문,고령화사회 대비 기업내 축적도하루 3억3천만달러(한화 2천3백10억원 상당),「주식회사 일본」이 지난해 매일 전세계를 상대로 벌어들인 순이익의 액수다.

이러한데도 일본은 지금 2차대전이후 최악의 불항이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2차대전후 최초의 적자라며 인원을 정리하고 있는가 하면,동경시내의 유흥가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만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학 졸업생들은 은근히 취업을 걱정하고 있다.

도대체 그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돈에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는 이상 확실한 것을 알 수가 없다. 다만 몇가지 추측이 있을 뿐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흑자를 국내(정부 및 일본은행)에 쌓아놓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외환보유고가 7백억달러 수준에서 큰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의 경우 외환보유고는 6백86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오히려 3억달러가 감소했다.

일본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다시 해외로 나가고 있다. 그동안 해외에서 빌렸던 단기자금을 열심히 갚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거둔 흑자는 차입금 반제 등으로 일본 국내은행으로 들어가며,일본의 은행들은 그 돈을 거품경제의 시대 등에 외국은행 등지에서 빌렸던 단기차입금을 갚는데 사용하고 있다.

국제수지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외 자산·부채의 증감을 나타내는 금융계정을 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1천1백76억달러 가운데 62%에 해당하는 7백30억달러가 해외로 빠져 나갔다.

이 돈은 결과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을 통해 독일로 들어가 통일비용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견해와 일본은행들의 해외지점을 통해 외화대출용 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엔고 불황이었던 지난 80년대 중반이후 일본기업들은 확대되는 흑자를 기반으로 무역마찰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직접투자 및 증권·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렸다.

당시 부족한 투자금액은 해외에서 조달했다. 지난 87년의 경우 장기자본수지의 적자는 1천3백억달러였으나 경상수지 흑자는 8백70억달러였다. 그 차이인 부족금액을 단기자금으로서 해외에서 빌려 충당했다.

그러나 거품경제 붕괴 등으로 일본기업 등의 해외채권 및 부동산투자 등이 감소,91년부터는 상황이 역전됐다. 91년에는 7백63억달러를 갚았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 기업들은 경상수지 흑자중 차입금 반제에 7백16억달러,해외 직접투자 및 증권매입 등에 3백64억달러 등을 사용했다는 계산도 있다.

이같은 흑자흐름에는 ▲거품경제 시대의 과잉투자가 빚은 후유증 ▲거품이 터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은행의 체질개선 노력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 비율규제에 따른 일본 은행들의 차입금 반제 등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벌어들인 돈으로 우선 빚을 갚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와함께 일본의 기업들은 그동안 번돈을 차곡차곡 쌓아놓아 현재 기업의 내부유보가 무려 88조엔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노동조합 총연합이 유가증권 보고서에서 밝힌 대기업 4백33개사의 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잉여금 등의 「내부 유보」를 모두 합친 숫자다. 노동조합측은 이 계산을 근거로 더 많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어쨌든 이같은 흑자의 사용은 현 상태의 일본경제가 앞으로의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흑자를 비축하고 있는 단계라는 결론을 낳고 있다.

초고령화사회는 심각한 노동력 부족현상과 젊은층이 짊어져야만 할 과도한 연금부담 등으로 일본경제는 성장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대한 준비를 「장사가 잘될 때 미리 끝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준비정도가 아닌 끝없는 성장을 위한 투자과정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 가진다.

일본이 현재와 같은 규모와 속도로 해외차입금을 갚이 나갈 경우 세계 각처에 있는 수많은 일본의 자산은 멀지않아 거의 1백% 「순일본」 소유가 된다. 또 더이상 갚을 빚은 없고 받을 돈만 남게 되는 만큼 일본의 자금은 더욱 세계 전체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그 바탕이 되는 일본의 거대한 흑자가 쉽게 축소되지는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얼마전 「일본경제 특집」에서 현 일본경제가 심각한 불황을 겪고는 있지만 2000년대에도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국가는 선진국중 일본이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해 1천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냈지만 지난 2월의 총통화증가율은 0.2%였다. 이것도 6개월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물가상승률도 마찬가지이다. 1∼2%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물가가 비싼 것이 문제이지 물가 자체는 안정되어 있다.

지난 80년대,일본에 비하면 형편없는 규모의 흑자를 냈으면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결국은 흥청망청하고 말았던 한국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당시 한국의 흑자는 모두 어디에 사용했는지 궁금한 일이다.<동경=이상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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