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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사고가 우리 머리위에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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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사고가 우리 머리위에서(사설)

입력
199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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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이래 최악의 핵사고가 또다시 러시아 땅에서 터졌다. 시베리아의 톰스크근처 비밀군사도시에서 6일 발생한 이 사고는 다행히 바람을 타고 방사능이 북동쪽으로 가고 있어 우리에게 직접 피해는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다행히」라는 말은 우리 중심으로 본 하나의 우연한 행운일 뿐이다. 또다른 「우연」이 언제 우리의 머리위에 엄습할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시베리아의 광대한 땅은 유럽 접경으로부터 극동에 걸쳐있는 만큼,러시아 땅에서 벌어지는 핵사고는 바로 우리의 이웃에서 일어나는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두만강 건너 연해주 땅에는 알려진 핵시설만도 세군데나 되고 있다. 핵잠수함 등 원자력 함정의 수리시설이 두군데,핵쓰레기 매립장이 한군데 있다. 또 우리 어선단이 나가는 캄차카반도 북쪽 북극해 근접지역에는 발전용 원자로 4기가 가동중에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러시아의 핵시설과 바로 이웃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우선 구 소련은 지난 61년부터 동해와 캄차카 해역에 핵폐기물을 버려왔다는 것이 지난 2일 러시아정부에 의해 확인됐다.

지난해까지 러시아가 버린 핵쓰레기까지 합쳐 12만3천여입방미터의 액체,그리고 2만1천여입방미터의 고체 핵쓰레기가 동해와 캄차카해역에 버려졌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가동중인 37개 발전용 원자로중 상당수가 체르노빌형 원자로여서 26기가 당장 폐기돼야할 형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86년 체르노빌 참사가 터졌을 때만해도 우리는 「철의 장막」 뒷쪽에서 일어난 일도 어떤 움직임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과 러시아는 선린과 우호를 다짐한 국제사회의 구성원이 됐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걸려있는 현안의 하나로 우리 시베리아 일대 핵시설의 안전문제는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우선 러시아가 동해에 핵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우리는 시베리아를 포함한 러시아의 아시아지역 일대 핵시설의 안전을 문제삼아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는 이들 핵시설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들 정보를 기초로해서 핵무기 해체시설을 포함하는 핵시설들의 개선을 위해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는 액체 핵쓰레기를 동해에 버리는 것은 적어도 앞으로 2∼3년동안 더 계속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로서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적어도 동해에 버리는 것만은 당장 중단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톰스크 핵사고가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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