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 지원 얻었지만 국민투표 험로/정상회담후 옐친입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 지원 얻었지만 국민투표 험로/정상회담후 옐친입지

입력
1993.04.07 00:00
0 0

◎국민들 실행에 의문… 표와 연결 미지수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5일 미 러시아 정상회담을 끝내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길에 시베리아의 브라트스크시에 들러 회담성과를 설명하며 3주 앞으로 다가온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회담에서 기대이상의 지원을 얻어낸 옐친으로서는 정상회담이 성과를 최대한 국내정치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의 뜻대로 미국의 지원약속이 국민투표에 유리하게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미 강경보수파와 민족주의세력은 미국 등 서방이 경제원조를 미끼로 러시아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으며 옐친은 조국을 팔아먹는 매국노라고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 최고회의는 제2단계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 Ⅱ)의 비준을 위한 제2차 청문회를 곧 열 예정이지만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최고회의는 또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세르비아 제재에도 반대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강경보수세력은 옐친을 러시아와 미국의 진정한 동반자로서 행동하기보다는 미국의 이익에 외교적 양보를 하며 지원을 따내느라 굴욕적인 태도를 보인 배반자로 치부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같은 시각에 동조하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미국 등 서방의 지원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러시아 국민들은 1년전 서방선진 7개국(G7)이 약 2백40억달러를 지원키로 약속했으나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않고 있다.

이들은 클린턴 미 대통령의 16억2천만달러 지원약속도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 의구심을 품고 있고 지켜지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못하리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국민들은 『러시아는 빵을 필요로 하고 있지않다』며 『미국의 러시아 식량원조는 궁극적으로 미국 농민들과 미국경제의 회생에만 도움이 될 뿐』이라는 부분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러시아의 사유화지원 약속에 대해서는 『미국의 자본을 투입,러시아의 산업을 장악하려는 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서방 외교관들은 클린턴의 옐친에 대한 지지공언이 오히려 옐친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옐친도 이점을 감안,유엔의 대 세르비아 제재조치를 당분간 연기시켜 미국과의 야합의혹을 불식시키려는 제스처를 취하는 한편 미국의 지원이 이번에는 구체적이며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상징성이 큰 미국의 지원이 효과를 거두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3주밖에 남지않은 국민투표까지는 시일이 너무 없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도 엘친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시에서는 최근 영어로된 간판이나 광고탑 등을 러시아어로 바꿀 것을 명령하는 등 반서방적 기류가 저변에 흐르고 있다.

옐친은 현재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비교적 서구의 영향을 받는 대도시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으나 저치공화국과 지방에서는 오히려 반옐친 분위기가 우세한 형국이다.

옐친은 지난 91년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총유권자의 75%가 투표에 참가,57%의 지지를 얻었다. 이는 총유권자의 절대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지난 1년6개월간의 경제실정을 감안할때 국민투표는 옐친에게 힘겨운 격전이다.

옐친이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과대포장」하거나 국민들에게 「허황된 약속」을 할경우 오히려 자충수가 될수도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