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을 들어보면…」하고 꺼내는 얘기보다 「신문에 났던데…」라고 시작하는 말을 사람들은 더 믿는다. 그래서 책임 또는 공정의 문제가 언론에는 늘 따라 붙는다. 그런중에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사들중 일부는 어떤 말을 했다가 물의가 생기면 진의는 그렇지 않았는데 일부보도가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4월7일은 제37회 「신문의 날」올해의 지표는 「기자는 자정노력,보도는 공정노력」이다. 자율,책임,신뢰,화합 등 해마다 신문이 내걸었던 덕목들의 되풀이처럼 들린다. 학문이 진리탐색의 과정이듯이 언론은 사실추구의 과정이며,따라서 그런 표어와 덕목들은 언론의 역할에 자주 추진력도 되고 제동도 걸어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의 다양화,국제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그래서 신문도 제작방향의 다각화와 전문화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추어왔다. 한때 정치적 외풍으로 시야가 가려지거나 붓끝이 뭉툭해지기도 했는가 하면,보도내용을 둘러싸고 독자들의 질타를 받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렇기는 해도 언론의 책임과 자율같은 기본자세의 외곡은 없었음을 신념으로 지켜왔다. ◆85년 12월27일 금요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E6,E8 두페이지를 전면 백지로 하고 그 복판에 AP통신측의 컴퓨터 고장으로 증권시세표를 입수하지 못했다는 5행짜리 해명만 간단히 실었다. 첨단시설이 빚은 「원시적」 사고였다. 「현대화」가 빚어낸 이런 「불가항력」들이 공정,신뢰이전에 신문을 백지화하고 독자의 눈을 가려버렸다. ◆런던의 더 타임스지가 85년 1월1일 창간 2백돌을 맞게 되자 찰스 흄 당시 편집국장은 「타임스는 이제 영국인이 설립한 한 나라의 신문이 아니다」라고 보기드문 긍지를 나타냈다. 시설 자랑이 아니라 제작정신을 나타낸 말로 여겨진다. 「자정노력」 「공정노력」은 결코 한해짜리 구호이거나 지표일 수 없다. 우리 신문도 이제 한 나라만의 신문을 뛰어넘는 긍지있는 앞날이 열리고 있다고 감히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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