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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탓(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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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탓(장명수칼럼)

입력
199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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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파문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재산축적 과정에서 공직자의 부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부인이 복부인 노릇을 하다가 한평생 고지식하게 공직생활을 해온 남편의 앞길을 망쳤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공직자들의 재산규모가 엄청나게 차이나는 것을 부인들의 투기능력 차이 때문이다,처가에서 물려받은 재산이 많을 걸보니 그 사람도 부잣집 딸을 골라 결혼한 모양이다… 라는 등의 뒷말이 그치지 않고 있다.지난 1일 정동호의원 부인이 민자당사에 나타나 소란을 피웠을 때「마누라 타령」은 절정에 이르렀다. 남편의 제명을 논의하고 있는 당기위원회 회의장에 나타난 그의 부인은 골프모자와 선글라스로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나는 33년간 내 가정을 이끌어온 책임자다. 남편이 일선부대에서 근무하는 동안 내가 후방에서 재산을 관리하며 땅을 샀는데,왜 남편을 제명하려는가. 땅때문에 내 가정이 파괴됐다. 나는 집을 나온지 열흘이 됐다…』

재산공개에서 부동산 때문에 곤욕을 치른 많은 공직자들이 이런 식의 부부싸움을 했을 것이다. 어떤 공직자는 『이번에 집사람을 닥달해서 몰래사둔 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고,어떤 부인은 친정에서 물려준 부동산이 문제가 되자 『차라리 이혼을 하는 편이 덜 괴롭겠다』고 호소했다. 『출세하려면 복부인 아내를 조심하라』는 새유행어도 생겼다.

아내는 모름지기 남편이 돈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 일에 충실하도록 소리없이 살림을 꾸려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오래 강요돼온 부덕이었다. 아내는 자신의 머리칼을 잘라 파는 한이 있어도 남편을 탓하지 않고 쪼들리는 살림을 이끌어야 했다. 우리나라의 아내들이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가정의 경제권을 꽉 쥐게 된 배경에는 이런 전통이 있다. 복부인은 이런 아내들이 너무 열심히 뛰다가 빗나간 경우다.

그러나 복부인의 남편은 무죄일까. 남편은 아내에게 살림을 맡겼다해도 자신의 가족이 누리는 생활수준이 자기 월급에 맞는 것인지를 챙겼어야 하지 않았을까. 무책임하게 안락한 생활을 마끽하다가 『나는 몰랐다. 부동산 투자는 전적으로 아내가 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해도 그는 골치아픈 가정경제를 아내에게 맡기고 도피했던 대가를 뒤늦게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 파문은 다른 여러가지 교훈들과 함께 가정경제의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회적 경험과 판단력이 약할 수 밖에 없는 아내에게 경제운영을 맡기고 자신은 깨끗하다고 자부하던 남편들이 출세가도에 타격을 입었다고 해서 아내 탓을 하는 것은 끝까지 무책임한 짓이다. 부부싸움대신 반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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