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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시대」 야당 기수/이기택 민주 대표(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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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시대」 야당 기수/이기택 민주 대표(초대석)

입력
199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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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개혁은 제도화에 있다”/여론재판식 재산공개는 무의미/국민합의 끌어낼 입법활동 중요/개인 리더십보다 집단체제가 민주정당에 적합김영삼정부 출범이후 개혁의 목소리가 전국을 누비고 있다. 몰아치는 개혁의 소리가 청와대에서 터져나오기 때문에 그 파장과 속도는 가속이 붙어 있다. 이런 개혁의 태풍속에 야당의 「소리」는 어느 정도일까. 새정부의 개혁드라이브를 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어느쪽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개혁을 말하는 민주당의 음색은 어떤 것일까. 완전경선에 의해 선출된 민주당 지도부는 11일로 출범 한달을 맞는다. 그러나 요란했던 전당대회가 마치 오래전의 일인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오는 요즘이다. 사람들은 정말 전통의 야당 민주당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일까. 집권 여당이 국민의 구미에 맞는 개혁정책을 계속 쏟아내고 그들이 개혁주체임을 자임하는 상황에서 야당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새정부의 개혁속도에 놀라는 사람들중에는 이 시기에 야당은 과연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극단적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이기택 민주당 대표를 만난 한국일보 이이춘 정치부장이 이런 물음들을 던져보았다. 이 대표의 돌아온 대답은 『천만의 말씀』이다.

­요새 민주당은 뭐하고 있습니까.

『민주당이 뭘 하다니오. 우리는 해야할 일을 차곡차곡 하고 있어요. 개혁,개혁하는데 개혁에 있어서 야당의 존재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충분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질문도 그런 것 같은데요』

­김영삼대통령이 개혁드라이브를 가속시키는데,개혁시대라는 말에 동의합니까.

『동의합니다. 군사독재시대가 종식을 고하고 민주화시대를 굳히는 지금을 개혁시대로 부를 수 있겠지요. 여기에 필요한 것이 개혁드라이브입니다. 이것은 평소 개인적 주장이기도 하거니와 우리 당이 오랜 세월 주장해온 것입니다. 금융실명제 실시,토지공개념 확대,한은독립,안기부·기무사 폐지 등이 모두 우리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개혁정책들입니다. 그러나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여당과 민주당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주체가 누구든,어렵게 시작된 개혁은 이제 멈춰서는 안된다는게 국민 여망입니다』

­개혁방안의 차이는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우선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동의입니다. 개혁은 대단히 어려운 정치작업인 만큼 국민동의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는 다른 말로는 여야간 정상적 관계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대선기간중의 앙금을 씻어야 합니다. 용공음해를 비롯,수단을 안가리는 흑색선전에 대해 사과가 있어야 합니다』

답변이 옆으로 새고 있다.

­개혁을 말씀하시다가 갑자기 「앙금」이라니오. 런던의 김대중 전 대표를 의식하시는 모양인데….

『개혁에 국민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이에요. 용공음해 사과는 당론이고,그 이전에 우리 당의 정서입니다』

이 대표는 담배를 찾아 물었다. 그리고 답변은 제자리를 찾았다.

『진정한 개혁은 제도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어려운 목적지를 가려면 길부터 닦아야지 논밭을 마구 가로질러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 대통령 스스로가 예측가능한 정치를 주장해오지 않았습니까. 1백m 달리기하는 식으로 속도만 내다가는 과거처럼 국민의 외면으로 실패합니다』

­지금까지는 잘 한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천만예요. 틀렸어요. 여론재판식의 방법은 안됩니다. 재산공개만 해도 그래요. 몇몇 희생자들이 나왔지만,재산은닉이나 축재경위 등이 불투명하기 짝이 없어요. 국민이 지목하는 부정축재자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말이에요. 살아남은 경우중 4∼5명에 대해서는 이름도 댈 수 있어요. 개혁은 성역을 허물어야 합니다. 국민동의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지요. 국민들을 놀라게만 하면 그것이 개혁입니까』

­야당이 마치 시비만 걸자는 태도역시 곤란한 것 아닙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당은 모든 개혁입법을 이미 오래전에 국회에 제출해 놓았습니다. 여야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개혁을 해야 정상적 개혁입니다. 재산공개는 도덕정치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이예요. 더구나 실명제 없는 재산공개가 무슨 공개입니까』

­민주당 재산공개는 자신있습니까.

『야당은 공직을 이용한 축재가 없습니다. 만약 문제가 드러나면 당헌·당규에 따라 당기위가 조치할 것입니다. 우리의 재산공개는 여당과는 비교도 안돼요.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공개기준과 요강을 만들었습니다』

­공개기준을 만드는데 1백여명의 당사자들이 다 참여한 것도 어색한 일 같은데요. 혹시 당내 지도력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습니까.

『나,참.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우리당은 집단지도체제입니다. 집단지도체제는 묘미만 살리면 민주정당으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나는 대표로서 집단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당 11역 인선과 보궐선거 공천자 결정 등 인사문제를 후유증없이 마무리한 것도 집단지도체제의 강점이 발휘한 결과예요』

­신민계의 도움으로 대표로 선출된 것처럼 당내 세력이 복잡해서 대표의 리더십이 약한 것은 아닙니까.

갑자기 눈이 커지면 팔을 내젓는다.

『그런 발상은 군사문화의 속성입니다. 어떤 조직도 단합하면 더 강력한 거예요. 강력한 리더십을 군사문화의 잣대로 재서는 안됩니다』

바야흐로 험로를 헤쳐 오른 야당대표에게 무슨 말이냐는 항변일까. 양김씨를 언급했다.

『나는 양김씨와는 달라요. 개인적 리더십보다는 집단리더십의 장점을 확신합니다』

­개혁시대에 민주당은 보수적 야당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김대중선생의 정계은퇴이후 야당은 실질적인 세대교체를 이룩했습니다. 4·19세대가 지도부를 이루고 있어요. 특히 우리당에는 재야출신의 개혁모임이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잡고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각을 고쳐주기 바랍니다』

­재야 인사들은 정부·여당이 더 당겨가고 있는 것 아닌가요.

『요즘 재야가 새정부의 개혁드라이브에 너무 속단하는 것 같아요. 성급한 참여는 그들답지 않습니다. 집권여당의 의지를 확인한후 동참하는 것이 순서라고 봐요』

­김 전 대표가 런던에서 광명선거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지요.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꼭 이겨야 한다는 걱정정도였어요. 구체적 얘기가 있었던 것 아니구요』

­김 전 대표가 당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얘기 같은데요.

『시끄럽소』<대담 이이춘 정치부장> <정리=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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