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성 바탕 개혁정책 총괄/박관용/잦은 독대… 민자당 쇄신 전담/최형우/「국정 큰틀잡기」 조언자역/한완상/당정 의견조정 막후 활동/김덕룡어느 정권이든 1인자 아래에는 2인자그룹이 있다. 그 그룹이 한명일 수도 있고 또 수명이 모여 하나의 「힘」을 형성할 수도 있다. 2인자그룹은 항상 순위변동이 일어나며 자칫 잘못되면 아예 탈락하기도 한다.
김영삼정부가 출범한지 1개월여가 지나면서 정부내 또는 정가에서는 새정부의 2인자그룹을 「실세 4인방」으로 부르고 있다.
이 「실세 4인방」의 면면은 아직 뚜렷하게 구분되어 지지는 않는다. 한쪽에서 거론되는 사람이 다른 한쪽에서는 제외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세 4인방」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람은 행정부에서 박관용 청와대 비서실장·김덕룡 정무1장관·한완상 통일부총리,민자당에서 최형우 사무총장 등 4명이다. 이들외에 김 대통령과의 인연이나 잦은 독대 등을 점수에 가산하여 김정남 청와대 교육문화수석,홍인길 총무수석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앞서 거론한 4명이 정답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들 4인방이 김영삼 정부 5년동안 계속 실세로 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들중에도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또한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2,3년후의 정국이 새로운 실세를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이들 4인이 국정의 중요 포스트에 서있고 김 대통령과의 관계가 조석지변할 정도로 얇지않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4인이 향후 YS 개혁정치의 주연급으로 활약하리라는 것은 일종의 상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4인간에,또 4인과 다른 세력간에 협력과 견제·경쟁 등 수많은 정치함수가 생겨날 전망이다.
○…박관용 김덕룡 한완상 최형우 등 실세 4인방의 행로는 YS 정치의 성패와 맞물려있다. 부패척결선언,재산공개 정국처럼 개혁정책이 계속 국민지지를 묶어놓을 수 있다면 이들의 행동반경은 계속 확보되어진다. 뿐만 아니라 범민주계,온건 재야인사들도 요직에 속속 등용될 것이다.
이 경우 과거 한국정치를 주름잡던 보수세력은 자연스레 퇴조할 수 밖에 없다. 민정계라는 말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건 당이건 민주계가 주도권을 장악하면 변신하지 못한 민정계는 물갈이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대대적인 물갈이는 15대 총선과정에서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이 구도로 가면 정국운영은 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이들의 장중에 들어가게 된다. 자연 4인간에 선의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합이 갈등차원으로까지 비화하기는 힘들다. 정국 장악력이 남달리 탁월한 김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흠이 가게할 2인자그룹의 세다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하에서 2인자그룹의 부상은 곧 1인자인 대통령의 약체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은 정치학의 원론이다. 따라서 국정이 순항하면 김 대통령은 정치보다는 행정을 우선시하게 되고 2인자그룹은 세불리기 보다는 실무능력의 제고에 주력할 전망이다.
만약 YS의 개혁정치가 후유증을 양산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우선 책임소재가 가려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와 당의 간판인사들이 물러나야 한다. 박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보필못한 이유로,김 정무장관과 한 부총리는 개혁주체라는 점 때문에,최 총장은 당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공백을 누가 메울지는 실패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개혁정책의 파열음이 엄청나게 크다면,중량감있는 보수적 인사들이 권토중래하게 된다. 이 구도하에서는 초기 주역인 4인방은 퇴색하고 만다. 그리고 민정계니,허주계니,한동계라는 조어가 다시 정치권에서 운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국정이 어중간한 실패에 머무르면 김 대통령은 개혁기조를 유지하면서 4인방과 유사한 성향의 인물을 새로 발탁할 수 있다. 이후 정국은 4인방,새진용,구 여권 그룹의 혼전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게 된다.
○…다양한 함수관계속에서 가장 가능성높은 구도는 YS 정치의 순항이다. 국민의 변화욕구가 크고 김 대통령의 정책들이 국민공감대에 서있는 만큼 국민지지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정국구도와 운영 등은 4인방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들 4인은 모두 특장을 갖고 있다. 민주화투쟁 경력도 녹록지 않고 김 대통령과의 인연도 간단치 않다. 또한 각자가 맡은 역할도 묵직하다.
4인중 박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가장 지근거리에 있다. 최고통치자와의 거리가 권력정도를 가늠하는게 정치현실임을 감안하면 박 실장은 최적의 위치에 있다. 더욱이 김 대통령이 총론의 큰 가닥만을 잡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박 실장은 각론서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 그의 합리적·논리적 능력이 빛을 발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정통 민주계가 아니라는 「약점」이 있다. 90년 3당 합당 이전까지 이기택 계보에 속했고 민자당내 권력투쟁이 극심하던 시절 지나치게 합리적 자세를 견지했다. 당시 여권실세들의 공세가 노골화하자 민주계 직계들은 『당을 깨고 나가자』고 외쳤으나 박 실장은 『좀더 두고보자』고 만류했다.
결국 관망과 인내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지만 민주계 가신들로부터 사시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박 실장도 과소평가할 수 없는 YS와의 인연을 갖고 있다. 79년 신민당 5·30 전당대회서 이기택계를 움직여 김영삼총재를 만드는데 일조했으며 85년 2·12 총선을 앞두고 민한당을 탈당,「신민당 돌풍」의 기폭제에 일부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김 대통령이 89년 통일민주당 총재로 소련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허담과 배석자를 두고 만나도록 했다. 만약 허담과 독대했을 경우 김 대통령이 공작정치의 공세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후문이 많았다. 이 사건후 김 대통령은 박 의원을 두고 『볼수록 맘에 든다』고 말한 대목은 두고두고 음미해 볼만하다.
최 사무총장은 고 김동영 정무장관과 함께 「좌동영 우형우」로 불릴 정도로 YS의 측근이다. 최 총장은 당기구 축소·재산공개 파문을 특유의 돌파력으로 해결,스스로를 「능력있는 인물」로 격상시켰다. 이 과정에서 최 총장은 김 대통령과의 잦은 독대로 밀착도를 과시했다.
그는 『대권에 욕심이 없다. YS가 대통령이 된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한다. 68년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이던 김 대통령을 추종하기 시작했으니 그의 말이 단순한 수사만은 아니다. 하지만 자금과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집권당 사무총장이라는 자리가 정치인 최형우의 야망을 부풀게 할지도 모른다.
그가 한단계 더 변신하는데는 몇가지 과제가 있다. 그는 『어려운 시절 영어공부하는 사람은 기회주의자』라고 강조하곤 하지만 항상 따라다니는 「돌격대」 「거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최 총장도 내심 이를 개선해보려는듯 이번주부터는 점심·저녁을 소속의원들 3∼4명과 함께할 계획이다.
반면 김 정무장관은 정반대의 요구를 받고 있다. 71년 YS캠프의 비서진에 합류한뒤 지략과 충성심으로 「YS대통령」을 탄생시킨 공로자이지만 대중적 이미지가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장관은 『나는 2선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그를 「2선」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15대 선거서 3선이 되고 중요당직을 한두차례 거치면 그는 거물대열에 들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이 중요하다. 무려 17년간의 비서시절을 거쳐 88년에서야 국회의원이 돼 이름을 찾은 정치인으로 변신하기까지 그는 두차례의 투옥을 당한 YS의 대리희생자였다.
이런 경력과 함께 새정부 청와대에 개혁인물이 넓게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그의 강점이다.
이들 3인과는 달리 학자출신인 한완상부총리는 힘의 역학관계에서는 벗어나 있다. 하지만 소련붕괴처럼 한반도 통일문제가 급격히 다가오고 한 부총리가 이 과정서 큰 일을 해낸다면 실세로 계속 될 수 있다. 지난 87년 대선이후 그는 김 대통령에게 「큰 틀을 논의하는 조언자」였기 때문에 큰틀을 계속 논의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한 부총리에게는 정치적 세나 경력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민주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들 4인을 놓고 삼국지를 원용한 비유가 오르내리고 있다. 최 총장은 장비,김 정무장관은 조자룡이며 고 김동영장관은 관우,희생양이 되다시피한 서석재 전 의원은 유비대신죽은 방통으로 유되고 있다. 그리고 공명에는 근접한 인물이 아직 없지만 박 비서실장이나 한 부총리가 대상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들중 누가 계속 실세를 유지할지 주목된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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