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흔한 말이 새삼 실감되는 요즘이다. 출세가도를 달리며 권세와 부를 함께 누려온 고위직이나 여권 거물들이 재산공개 파동의 와중에서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투기라는 고약한 돌림병 때문이었다. 그런데 공직자 투기의 뒤안에는 으레 부인의 치맛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음이 차츰 드러나고 있지 않는가. ◆이번 재산공개 과정에서 드러나 가장 흔한 해명이 바로 「집사람이 동창들과 어울려 본인도 모르게 노후를 위해 사둔 땅」이라는 것이었다. 처가가 부유해서 재산을 물려받아 땅이 많다는 궁색한 변명도 물론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용인 등 수도권과 제주도,서해안 개발예정지 등 과거 투기가 일었던 곳에는 그런 고위직 사모님들의 은밀한 행차가 있어왔다. ◆혹시 낯이 알려질까봐 검은 안경에 모자마저 눌러쓰고 간편한 바지에 들판과 논밭 임야를 다니기 좋게 운동화 차림도 마다하지 않은 사모님들이 아니었던가. 그런 모습의 편린을 1일 서슬이 퍼런 민자당의 당기위 회의실에서마저 볼 수 있게 된게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끝까지 의원직 사퇴권유를 마다한 정동호의원 부인이 바로 그런 차림으로 남편대신 나타나 『내가 부동산을 샀다』며 어이없는 소란극을 연출한 것이다. ◆3성 장군 출신으로 육참차장시절 이른바 「국방위 회식사건」에서 이름을 떨친 인물이 바로 정 의원이다. 공수부대 출신으로 대통령 경호실장도공사장도 지낸 2선의원인 그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격한 성격으로 알려져왔다. 성격대로라면 좀더 사나이다운 태도가 요망되는 터에 부인이 대신 나서서 치맛바람이 여당 당사를 휩쓰는 전례없는 해프닝마저 생겼으니 어이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간에 재산공개 파문의 뒤처리를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차츰 높아지는 시점이다. 경실련마저 『축재물의가 이대로 끝나선 안된다』며 관련인사 사법처리요구와 함께 의원직 사퇴 시민서명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국민들은 불쾌한 치맛바람의 뒤끝을 깊은 관심속에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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