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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형평 길은 아직 멀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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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형평 길은 아직 멀다(사설)

입력
199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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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많이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나라살림에는 경제건설에서부터 국방,사회복지에 이르기까지는 돈이 필요하므로 국민이 된 이상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 납세는 국민의 4대 의무의 하나다. 그것은 「죽음까지 따라가는 의무」다. 납세는 시민으로부터 국가로의 강요된 부의 이동이고 또한 그 집행은 서릿발처럼 엄격해야 하느니 만큼 조세에는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대전제가 따른다.『국민의 대표없이 조세없다』 『조세의 세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든가하는 조세에서의 국민대표권,조세법정주의 등은 집권세력의 조세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시민들이 역사를 통해 쟁취했던 민주세정의 원칙들이다. 역사와 더불어 조세의 개념과 세제도 변천돼왔지만 누진세제가 오랫동안 주류를 이뤄왔고 지금도 별로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누진세제를 일찌부터 채택해오고 있으나 과연 「있는 자」들이 얼마만큼 성실하게 누진세제 취지에 맞춰 세부담을 짊어지고 있는지가 종종 쟁점으로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와 관련,산부인과 개업의사이기도한 박양실 전 보사부장관이 자신의 연간소득을 1천여만원으로 신고한 것이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촉발하는 사안의 하나가 됐고,의사,변호사 등 자유업에 속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세금이 근로자들에 비해 낮다는 잠재해온 불만이 폭발하게 됐다.

국세청은 92년도 표준소득률 조정에서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표준소득률을 상당히 높였다. 표준소득률은 장부가 없거나 불성실하게 기장하는 개인사업자의 연간수입(외형신고액)중 얼마를 과세대상 소득으로 볼 것인가하는 비율이다. 예를들어 연간 신고소득을 1억원이라고 할때 표준소득률이 10%이면 1천만원이 과세소득이 된다. 이 소득에서 세법이 정한 각종 소득공제를 한뒤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말하자면 표준소득률은 세금의 수위를 조정하는 수문과 같은 것이다. 국세청은 변호사는 현행 40%에서 48%로,의사의 경우는 전문의 별로 나누어 성형외과는 42%에서 50.5%,산부인과는 40%에서 48%,이비인후과는 33%에서 39.6%로 올렸다. 또한 한의원도 29%에서 34.8%로 높였다. 의료보험의 경우도 11.5%에서 15%로 인상시켰다.

국세청은 서비스,음식 숙박,부동산업 등도 10%씩 높였다. 국세청 추산에 따르면 이번 표준소득률 조정으로 의사들은 연수입이 1억내지 2억이 되는 경우 40%에서 80%까지 세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변호사는 30%내지 50%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부담의 증대로 근로소득자와의 세부담의 불균형이 얼마나 시정될지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신고소득의 정직성 여부와 세부담의 환자나 소송의뢰인에게로의 전가다.

표준소득률의 인상은 세부담격차 해소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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