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돼 있어야할 물가가 심상치 않다. 31일 통계청·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가 올해들어 3월말까지 1·4분기동안에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 보다는 0.3%가 더 오른 것이다.소비자물가는 3월 한달동안에만도 1.3%가 올랐다. 한달간 상승률로는 88년 3월(1.5%)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 2.7%는 정부가 올해 물가억제선으로 잡고 있는 4내지 5%선을 벌써 절반이상이나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는 정부의 경제안정화정책에 힘입어 소비자물가를 4.5%선으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었다.
정부는 의외로 높은 소비자물가를 각급 학교의 납입금 인상(12.5%),의료보험수가의 조기 조정(4.4%),2년동안 억제했던 우유가격의 상승(15.2%),과일(13.9%) 및 돼지고기(5.7%) 등 농산물 가격의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기획원측은 4월부터는 1·4분기중 물가에 부담을 줘온 공공요금 인상요인이 이미 모두 물가에 반영,해소되는데다가 공산품과 개인서비스요금의 관리가 엄격히 시행되어 물가안정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물가당국의 이런 말을 얼마나 신뢰해야할지 모르겠다. 우선 새정부의 「신경제 1백일 계획」 등 경제정책이 물가안정과는 배치되고 있어 불안감이 증대된다.
「신경제 1백일 계획」은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는데 최대의 역점을 둔 것이다. 금리인하,통화량 신축증대 등 저금리의 통화증가를 주요수단으로 채택했고 이에 따라 올해 두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한마디로 물가고를 조장할 수 있는 고전적인 경기진작 정책이다. 미·일에서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는 케인즈적인 소위 유수정책이다. 잘못하면 물가만 올려놓고 불황은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경기가 진작돼도 자금의 흐름이 왜곡,증권과 토지·주택 등 부동산의 투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금리가 낮은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시킬 것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통화량의 합리적인 억제를 지속하면서 구조조정 등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제고하는 안전적 성장정책이 보다 적절하다는 주장이 계속 강력하다.
「신경제 1백일 계획」처럼 총수요를 대폭 늘려놓게 되면 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새정부도 이러한 물가상승의 가능성에 대비해서 인플레 대책을 세워놓았다. 그러나 그 대책이 정치적 논리에 의한 것이라는데 실효성에 회의가 간다.
공무원의 임금동결,민간기업의 과장급 이상 관리직 사원의 임금동결 유도,경총과 노총의 단일 임금인상 타결유도 및 임금인상의 한자리수 억제유도 등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강력한 임금억제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민간경제단체로부터 「공산품 가격 1년 동결」의 약속을 받아놓았고 개인서비스요금도 동결시킬 방침인 것이다.
통화정책의 신중한 운용이 요구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