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좌우동거 시대로/총리에 발라뒤르 유력【파리=한기봉특파원】 28일 실시된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 집권 사회당이 전체 5백77개 의석중 70석을 얻는데 그쳐 예상대로 역사적인 일대 참패를 기록했다.
1차 투표서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한 4백97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공화국연합(RPR)과 프랑스 민주동맹(UDF)의 우파연합(UPF)은 1차 투표와 결선을 합해 4백61석을 확보,의석의 80%를 장악하게 됐다.
베레고부아 총리는 집권 사회당의 대참패에 책임을 지고 29일 사임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30일께 신임총리를 임명,86∼88년에 이어 코아비타시옹(좌파 대통령에 우파내각) 정치형태가 다시 등장하게 됐다. 신임총리는 우파연합중 UDF보다 35석 많은 당선자를 낸 RPR의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 재무장관이 유력하다.
결선투표에서 최대의 관심을 끌었던 사회당의 대통령후보인 미셸 로카르 전 총리는 46%의 지지를 얻어 우파 후보에게 낙선했다. 이밖에 주요 정치인중 사회당의 조스펭 전 교육장관,뒤마 외무장관,극우파 국민전선(FN)의 르펭 당수가 재선에 실패했다.
공산당은 23석을 얻어 예상보다 선전했고 환경정당연합과 극우파는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해설/불안한 「동거」 마찰 불보듯/미테랑 사회당 최악위기
28일 끝난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 집권 사회당은 1차 투표의 참패를 전혀 만회하지 못한채 71년 미테랑의 재건이래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반면 우파연합은 프랑스 현대 정치사상 유례없는 최다수 의석당으로 등장했다.
사회당의 참패요인은 여러가지가 지적된다. 미테랑의 12년 통치에 대한 국민의 염증과 3백만명에 육박하는 10%의 고실업률,잇따른 정경유착 추문 및 사회당 지도부의 도덕성 부재 등이 꼽힌다. 대외적으로는 베를린장벽의 붕괴가 가져온 좌파이념의 소멸과 전세계적인 집권당의 인기하락 및 정권교체 기류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총선후 프랑스 정국은 두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미테랑 대통령과 우파내각의 코아비타시옹(동거) 및 우파연합간의 동거이다. 이 두가지는 모두 대결과 타협,경쟁과 협조라는 상반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복잡한 마찰관계를 빚을 것으로 보인다.
우파는 86∼88년의 첫번째 코아비타시옹후 대선서 패배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정권의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미테랑의 정치적 책략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던 우파는 이번 동거체제하에서는 내정은 물론 외교까지 주도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파는 이에 앞서 공화국연합(RPR)과 프랑스 민주동맹(UDF)이라는 두 식구간에 「이인삼각」 경주를 해야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드골리즘을 승계한 시라크 전 총리의 정통우파 RPR과 중도에 가까운 지스카르 전 대통령의 UDF는 유럽통합,무역문제,프랑화 정책 등에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지스카르가 이 점에서 미테랑과 사회당의 정책에 비교적 협조적이라면 시라크는 프랑스의 국익을 위한 민족주의를 표방,유럽통합과 가트협상 등에 강경자세를 갖고 있다.
또한 두사람은 95년 대선에서 단일후보를 내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지만 누구도 양보를 원치 않는다.
사회당의 유일한 보루로 남게된 미테랑은 우파의 불화와 분열을 노리며 사회당의 재기를 꾀할 것이다. 그러나 간신히 정부 불신임안 제출정족수를 넘긴 사회당이 혼자의 힘으로는 강적 우파를 상대하기 벅차다. 이에 따라 총선후 프랑스 정국은 사회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활발히 모색될 전망이다.
사회당의 대통령후보인 로카르 전 총리는 총선전부터 환경정당,중도사회우파,온건공산세력 등과의 제휴를 제의했다.
그러나 로카르 자신이 지역구에서 낙선했고 파비우스 제1서기를 비롯,사회당의 지도부가 대다수 추문에 연루돼 정치적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누가 사회당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가 문제로 남아있다.
미테랑은 우파 일부와 여론으로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다. 결선 투표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55%가 퇴임을,37%가 현직 수행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파의 압승을 보는 유럽과 세계의 표정에는 우려가 섞여있다. 제1당이 된 RPR은 지난해 마스트리히트조약 비준 국민투표에서 의원 절반이상이 비준을 반대했다. 우파는 프랑스 농민의 이익을 침해할 미국과 EC의 농산물협상도 부정하고 있다. 특히 미테랑과 함께 유럽통합을 주도해온 독일의 우려는 크다.
의회의 80%를 장악한 우파가 특히 2년후의 대선과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민족주의로 돌아설 때 그 여파는 전유럽에 큰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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