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임시취재반】 무궁화호 열차 전복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한전의 구포역 송전선 지중화공사는 ①중앙건설 기술심의위원회의 설계심의를 받지 않은채 발주돼 ②낙동강로 돼있던 공사예정구간이 임의로 변경됐으며 ③공사진척에 따라 철도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에 이를 때까지 철도청과 사전협의,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문제점 투성이 공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더구나 한전에 의하면 이번 사고지점에서 남쪽으로 5백여m 떨어진 곳에서 이미 철도청과 협의없이 경부선 철도의 지하를 관통하는 지중선 공사가 실시된 사실까지 밝혀졌다.
또 전력구 시공법으로 택한 나틈(NATM)공법은 발파에 따른 부작용이 커 지하발굴과 매몰방지공사를 병행하는 TBM공법이 이상적인 것으로 지적돼왔으나 품셈변경에 따른 예산증가·공기연장을 우려,부적절한 공법을 강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철도청 한전 부산시는 책임소재와 사전협의 여부를 둘러싸고 엇갈린 주장을 계속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추태를 연출하고 있다.
건설부는 29일 한전이 89년 10월 공사를 발주할 때 건설기술관리법상 당연히 거쳐야할 건설부의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위원장 건설부차관보)의 설계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설부에 의하면 현행 건설기술관리법상 국가가 발주한 건설공사는 30억원이상,지방자치단체와 정부투자기관의 경우는 1백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설계심의를 받게돼있어 2백28억원 규모인 이 공사도 심의대상인데도 심의요청을 하지 않은채 삼성종합건설에 발주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철도청은 『철도시설물에 영향을 미치는 공사는 청원시설규칙(철도청 고시)의 규정에 따라 반드시 철도청과 사전협의,안전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책임을 한전측에 떠 넘기고 있다.
반면 한전은 『도시계획법 규정에 따라 부산시로부터 시설사업승인을 받았으며 승인 당시 부산시가 필요하다면 철도청 등 유관기관과 협의하도록 지시를 내리게 돼있으나 승인당시 이같은 협의지시는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전은 사고당일 현재 공사는 사고지점의 철도 노반에서 31.2m 못미친 곳까지 지하 30m 깊이로 진행돼 아직 사고지점을 관통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사업시행전 철도청과 협의한 결과 「청원시설규칙에 따라 협의하겠다」는 회신을 해와 철도청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조건부로 사업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또 공사감독의 범위에 대해 『허가조건 7호에 공사감독을 북구청장에 위임했으나 위임내용은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감독일뿐 기술감독은 관계법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조치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철도청은 부산시와 협의를 거쳤고 공사가 3년이상 계속돼온 만큼 사전에 공사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안전대책을 강구했더라면 대형참사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또 한전과 부산시도 사고전 인근 주민들로부터 발파진동·소음피해로 인한 진정을 받고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책임을 지게 됐다.
문제의 지중선 매설공사는 3백45㎞ 전압이 흐르는 전선을 매설하기 위한 것으로 시공업체인 삼성종합건설이 한진건설산업에 하도급을 줘 90년 11월 착공,94년 6월 완공 예정이었다.
한진측은 나틈(NATM)공법으로 시공된 이 공사에서 지하 30∼40m 지점에 밑변길이 4.3m 크기의 말굽형 터널을 뚫고 있는데 현재 5백68m 구간중 4백17m가 완공됐다.
□임시취재반
<전국부> ▲노진환 부산최대본부장 최정안 부장대우 박상준·김병찬·김창배·최헌·이건우·김종흥·목양균·한창만·이동렬·이성덕·이석우기자 전국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