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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의회­옐친 골만 깊어졌다/더욱 복잡해진 보혁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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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의회­옐친 골만 깊어졌다/더욱 복잡해진 보혁대결

입력
1993.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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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거듭 재대결 정국/힘의 공백… 민의가 관건인민대표대회가 29일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대한 신임여부 등을 묻는 국민투표를 옐친 대통령이 제안한대로 오는 4월25일 실시키로 의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국은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인민대표대회의 의결은 표면적으로 옐친이 강행을 주장해왔던 국민투표를 수용한듯이 보이지만 국민투표에서 묻고자하는 내용은 옐친의 당초 의도와는 전혀 어긋나는 것이다.

우선 인민대표대회가 국민투표에서 묻고자하는 4개항에는 인민대표대회 자신의 신임을 묻는 것이 빠져있다. 인민대표대회는 대신 옐친의 개혁정책에 대한 승인여부를 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옐친이 국민투표에서 묻자고 요구했던 것에는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의회의 신임도 포함돼 있었다.

또 인민대표대회는 조기 대선과 총선 실시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날짜를 못박지 않은채 4월25일의 국민투표에서 대선과 총선의 조기 실시여부를 묻자고 하고 있다. 결국 국민투표의 실시에는 동의하되 옐친이 요구한 골자는 빼버린채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국민투표를 하자는 속셈이다.

따라서 옐친으로서는 인민대표대회의 결의를 수용할리 만무하고 향후 정국은 실력대결로 치달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인민대표대회는 회의 첫날부터 보혁 양측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파국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최악의 사태를 우려한 옐친과 하스불라토프를 비롯,루츠코이 부통령 조르킨 헌법재판소장 등 지도자들이 잇단 타협의 제스처를 보여 「국민투표­조기 총선」안으로 수습의 가닥을 잡아갔다.

조기 총선은 인민대표대회의 해산과 새로운 양원제 구성방안을 포함한 내용이었다.

총선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는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인민대표대회의 존폐여부는 물론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린 이 문제를 당연히 부결시켰다.

옐친 탄핵에 관한 표결결과는 몇가지 사항을 분명히 보여줬다. 우선 옐친과 의회는 같은 배를 타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것은 28일 모스크바 등 주요도시에서 대규모의 옐친 찬반시위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과연 누가 러시아를 통치하는가」라는 물음에 감히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힘의 공백」을 의미한다.

현 정치세력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국민밖에 없다. 옐친이 28일 두차례나 10만명의 지지세력 앞에서 연설을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는 권력투쟁에 식상해 있다. 현 정치지도자들은 누가 러시아를 통치하는가를 묻기전에 러시아가 이미 국민에 의해 통치되기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는 바로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기 때문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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