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낙관」 빗나가 다소 충격/“항명·불만표시”등 뒷말 무성민자당의 재산공개 파문이 일단 가라앉게 됐다.
유학성 김문기의원에 이어 김재순의원(전 국회의장)이 29일 의원직 사퇴를 공식 표명하고 마지막 「걸림돌」로 여겨지던 박준규 국회의장과 임춘원의원이 탈당의사를 밝힘에 따라 물의 의원의 처리작업은 사실상 매듭됐다.
그러나 박 의장의 탈당은 당의 요구인 의원직 사퇴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어서 여러가지 뒷말을 남기고 있다. 당일각에선 『박 의장의 행보가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민정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잠복성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하오 1시께 이규양 공보비서관을 당사로 보내 탈당의사를 전달했다. 이 비서관은 김종필대표와 최형우 사무총장 등 당지도부에게 이를 전달하려 했으나 부재중인 관계로 대표비서실에 박 의장의 탈당성명서를 대신 전했다.
이 비서관은 이어 기자실에 들러 성명서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간략히 배경을 설명. 「정든 당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당내외의 여러 친구로부터 권유를 받고 또한 나라와 당을 위하고 본인의 명예를 지키면서 사태수습에 도움이 되고자 당을 떠난다』고 언급. 성명서는 또 『그간의 사정과 입장은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 소상히 밝힐 생각』이라며 『그 이전이라도 본인이 걸어온 길과 원칙에 대해 당으로부터 동지적인 직·간접의 해명과 정다운 비판을 고대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비서관은 다소 추상적인 성명서의 진의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액면 그대로다. 의원직 사퇴는 아니다』고 부연설명. 이 비서관은 이어 『의장직은 이미 표명한대로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공관사용 문제 등에 대해선 『곧 비울 것』이라고 짤막하게 대답.
이어 이날 하오 6시께 임 의원이 보좌관을 당기자실에 보내 탈당을 발표. 임 의원은 유감표명과 함께 재산의 사회환원을 약속.
○…민자당 의원들은 박 의장의 탈당을 다소 충격을 느끼며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치 보이지 않는 파장이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탈당배경과 향후 행보를 놓고서도 구구한 해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슬퍼렇게 전개되는 개혁정국에서 그의 탈당은 의외의 「강수」였음이 분명하다. 재산공개진상 조사특위의 한 위원은 이 소식을 듣고 『빗겨난 답인데… 오답이야』라고 탄식했다. 그는 『당지도부가 30일 마무리될 것이라고 확언한데는 박 의장이 오늘쯤(29일) 사퇴하라리는 낙관이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당의 요구는 의원직 사퇴였다는 것이다.
그가 조심스럽게 푸는 한마디 한마디는 박 의장의 탈당을 「항명」으로 풀이하고 있었다. 물론 『당지도부가 박 의장의 체면을 고려,막판 조율과정에서 탈당이라는 묘수를 찾았는지 모른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당의 시나리오대로 풀리지 않았다는게 그의 확신이었다.
이와는 달리 상호교감에 의한 각본설도 한때 유력하게 퍼지기도 했다. 특히 김 대표와 박 의장간의 전화통화가 이날 아침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이 밀담이 탈당이라는 고육책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그럴듯하게 퍼졌다. 그러나 당지도부의 껄끄러운 표정이 역력하고 박 의장이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을 통고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교감설은 신빙성이 없어졌다.
○…배경과는 별개로 일부 민정계 의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박 의장 심정을 이해한다』는 민정계 의원들이 적지않다. 밀리는 계파의 이심전심인 것이다. 일부는 『집단항명도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막연한 「기대」마저 하고 있다.
그러나 대세는 박 의장 탈당을 돌발변수나 일과성 사안으로 보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여론이 개혁정치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장 주변에서도 『4월 임시국회때 박 의장이 신상발언을 하고 의원직을 사퇴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모양새 있는 퇴진」이라는 것이다.
○…박 의장 탈당에 앞서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의원직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김 전 의장은 『토사구팽(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먹는다)의 감회가 없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재산공개 파동을 「모진바람」이라고 비유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앙금을 노출했다.
○…민자당은 일부 파열음에도 불구하고 박준규·김재순 두원로의 거취가 정리됨에 따라 30일 재산공개 파동을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 총장도 이날 상오의 확대 당직자회의에서 「30일 사안종결」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앞서 특위는 29일까지 자체 회의와 청와대 공동회의를 통해 처리범위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처리원칙에는 출당이나 국회직·당직 박탈조치는 없고 의원직 사퇴와 경고 등 두가지만 남아 있었다는 것.
그러나 박 의장의 탈당이라는 선수를 쓰자 내심 불쾌해진 당지도부는 당기위를 열어 일부 저항의원에 대해 출당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 특위 위원은 『그동안 20명을 조사했으며 그 결과를 당지도부와 청와대에 보고했다』면서 이중 의원직 사퇴·경고 등 처리대상은 15명선이라고 설명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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