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3.03.29 00:00
0 0

1889년 4월22일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한 넓은 들판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각자가 마음대로 달려 여러갈래로 구획된 경계선까지 닿으면 그 구획 그대로의 땅을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에 가면 땅을 거저 또는 헐값에 얻을 수 있다는 소문에 단단히 벼르고 몰려온 사람들은 약 2만명에 달했다. ◆마침내 이날 정오 「꽝」­출발신호 포성이 울리자 각자는 제각기 앞으로 달기기 시작했다. 대개가 말이나 마차를 몰았지만 마라톤 선수처럼 스스로 달린 사람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것이 유명했던 「오클라호마 랜드 러시」다. 그 땅은 인디언 자치구역이었다가 미국정부가 1에이커(약 1천2백평)당 48센트라는 헐값으로 사서 백인들에게 개방한 것이다. ◆이번 국회의원,장·차관급 등의 재산공개 내용을 보면 상당수의 경우 전국 여기저기에서 부동산을 마구 사들인 현상이 나타나 현대판 「오클라호마 랜드 러시」를 연상케 된다. 이 사람들은 오클라호마인들과는 달리 「공직마차」 또는 「권력마차」를 몰아댄 셈이다. 경우에 따라선 「투기마차」,「탐욕의 마차」이기도 했다. ◆흔히 조세시효가 지났다든가 법적인 면에서 하자가 없다고 해서 과다한 소유재산에 대해 변명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지금 문제시되는 것은 「법」이나 「시효」가 아니라 윤리적 차원이다. 평소에 무슨 기념일 행사같은 자리에서 국민에게 도의적 과제를 당부하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비도의적 방법으로 축재를 했다는 점에서 더 떳떳할 수 없는 2중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몽테뉴는 그의 「수상록」에서 여우를 잘못 감춘 스파르타 소년 이야기를 인용한다. 소년은 외투속에 여우를 잘못 감춘 것이 수치로워서 여우가 자기 배를 물어뜯어도 여우를 내놓지 않고 버텼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얼마나 더 많은 재산들이 「스파르타의 여우」로 화해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