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건국이래 여러차례 정치개혁의 기회가 있었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정치가 변칙과 파행을 거듭해온 것도 바로 개혁을 하지못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첫번째 기회는 1948년 8월15일 정부수립 때였다. 민족정기를 확고히 정착시키기 위해 친일파친일세력을 마땅히 응징,제거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승만대통령은 정권보위를 위해 이들을 감쌌고,이를 기화로 친일파들은 권력에 기생하며 온갖 불법과 부정축재를 자행했다. 두번째 기회는 4·19 학생혁명 때였다. 이른바 반민주 부패세력을 엄벌,단죄했어야 했는데도 장면정권은 파쟁으로 시간을 허송하다가 실각하고 말았다.
세번째는 5·16 쿠데타군사정권 때였다. 그들은 구 민간정치인들을 구악으로 규정,정치정화법으로 묶어 일소의 대상으로 삼았다가 결국은 권력유지를 위해 구악과 손을 잡는 모순을 저질렀다. 네번째는 80년 5·18 비상계엄으로 신군부가 5·16을 흉내내어 깨끗한 정치·도덕정치를 강조,정의사회구현을 내세웠으나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음은 알려진대로다. 그후 6·29선언에 의한 6공정권의 민주화 천명으로 다섯번째 기회를 맞았지만 우유부단한 태도로 실기하고 만 것이다.
결국 45년동안 오염되고 찌꺼기가 쌓인 정치가 김영삼정부의 「깨끗한 정치회복」 운동의 일환으로,재산공개라는 비상한 방법으로 대수술을 받게 된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다.
지금 정계민자당에는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민자당 뿐인가. 전국이 재산공개라는 핵탄으로 술렁이고 있다. 국민들은 민자당 의원들이 자발적으로,그것도 빼고 축소하고 가격을 몇배나 낮춰 밝힌 재산상황인데도 엄청난 땅 주택 등의 보유에 놀라고 있다. 그뿐인가. 은폐축소했던 재산이 속속 드러나고 특히 땅투기꾼이 엎드려 절할 정도로 절묘한 수법으로 법과 세금을 피해 떳떳지 못한 거만의 재산을 모은 것이 밝혀질 때마다 경악,개탄한,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국민의 공복으로 사표가 돼야할 인사들이 이같은 반국민적 반도덕적인 짓을 해도 무방한 것인가. 그러면서 국민에게는 여전히 법을 잘 지키고 탈세하지 말라고 여전히 외칠 것인가.
오래전부터 국민과 언론이 정치가 잘못되고 정치인들이 제구실을 못해 비판을 할 때마다 정치인들이 하는 당당한 반론(?)이 있다. 즉 『정치인지도자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 『그 정도의 국민이기에 그 정도의 정치인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는가』 등이다.
그같은 반론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무책임한 얘기다. 국민이 뽑을 때 투기하고 연고지도 아닌 곳의 땅을 마구 사들이라고 허락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을 아연케하는 것은 문제된 인사들이 자성은 커녕 『합법적이었다』 『나만 했는가』 『억울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이번 민자당 의원들의 재산공개의 방법은 허술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관계법을 뛰어넘는 자발적인 것이이서 산정가도 저마다 다르고 또 일부는 공연히(?) 공개해서 눈총을 받은 사례도 많다. 또 관계인사들을 감정적이고 여론재판식으로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그들은 국민이 선거로 뽑은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위를 이용하여 정보를 빼내고 법을 악용하고 투기혐의가 짙은 인사들은 공인이 어떤 위치인가를 깊이 새겨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할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산공개의 파장이 엄청난 것과 관련,필요이상으로 나라전체를 흔들어 일반 개혁작업과 경제회복 추진에 악영향를 미칠 것을 우려하는 측이 있고 또 실명제도 안된 상황에서 공개만을 한 것은 국민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게 아닌가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직자의 재산공개는 만시지탄의 감이 많다. 특히 정치개혁깨끗한 정치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필수요건이다. 자기 재산을,떳떳치 못한 재산을 감추고 줄이고 낮게 산정해서 공개했어도 그것 자체가 양심고백인 만큼 본인이 두고두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내달 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을 크게 손질,공개범위와 산정기준 그리고 허위은폐때 공직을 박탈하는 엄벌조항 등을 추가시켜야 한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도화,의무화해서 공직재임중 검은 재산을 늘리려해도 안되지만 불법적 반도덕적인 방법으로 축재한 사람은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해서 정치가 정화되고 정계에 청풍이 불때 이 나라 정치는 제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정치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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