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청백리를 들라면 아마 지미 카터 대통령(재임 77∼81년)이 첫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무명의 남부오지 조지아주의 지사였던 그가 제럴드 포드 대통령(공)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게 된 것은 신앙심이 뒷받침한 도덕성 때문이었다고 한다.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노출된 정치도의의 상실에 충격을 받았던 미국은 당시 도덕성의 회복이 절실하다는데 국민적인 총의가 이루어졌었다. 이 시대적인 요구에 안성맞춤으로 평가된 후보가 바로 워싱턴 정치에 전혀 때묻지 않은 침례교 장로출신의 남부토박이 정치인 지미 카터였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서둘러 공포했던 것이 「공직자윤리강령」이다. 그리고 다음해인 78년에 「정부윤리법」을 제정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발효되고 있다. 「공직자윤리강령」은 직무와 상충되는 모든 개인재산의 처분,재산명세서의 연례보고,공직사임후 2년동안 봉직유관부서에 대한 로비활동을 맡지 않는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청렴」의 대명사였던 카터 대통령도 사실은 사업수완이 인정됐던 땅콩 백만장자. 카터라고 해서 재산에 대한 미련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는 공을 앞세웠다. 윤리강령을 공표하면서 그는 『나에게 번영을 안겨준 땅콩사업을 처분키로 한 것은 지극히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유감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 미 공직자들은 재임중 재산을 전혀 증식시키지 못하느랴하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조금도 외부의심을 받지 않고 재산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즉 백지신탁계정을 설정,현금 주식 공·사채 부동산 등을 여기에 모두 넣은 것이다. 대통령,부통령,각료,연방대법관 등 재산등록 대상이 되고 고위공직자들이 이 백지신탁을 즐겨 이용한다. 이 신탁계정은 명백히 파악되는 재산이므로 임기중의 재산·소득 연례보고에서 보고의 의무가 면제된다. 한국에서 한번 시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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