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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채­./김창렬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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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채­./김창렬칼럼(토요세평)

입력
199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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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은 제14대 총선이 있은지 한해,25일은 제14대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달되는 날이었다.이 두 날짜를 아울러 생각하는 것은,이 한해와 한달이 지난뒤의 제14대 의원들과 제14대 대통령의 위상이 너무나 대비되기 때문이다. 굳이 비유해 말하자면,그 대비는 온나라를 뒤덮은 쯧쯧 혀차는 소리와,요란한 갈채소리에 견줄 수가 있을 것 같다.

제14대 의원들은 총선이 있은뒤 석달 닷새만에 첫 등원한 이래 지금까지,임시국회 3회 64일과 한차례 정기국회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지금와서는 재산공개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치권 물갈이론까지 들끓는다.

제14대 대통령은 바로 이들을 뽑은 총선의 패배자나 다름 없었다. 그러던 그가 지금 박수의 대상이다. 그의 취임 한달을 맞으며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설문조사한 결과는,그에 대한 긍정적인 국정운영 기대치가 88.7%(기대가 더 커졌다=56.4%,똑같다=32.3%),개혁방향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80.6%로 나타나고 있다(한국일보 25일자 1·4면).

사회개발연 조사도 그에 대한 기대치가 취임전 68∼73%에서 3월19일 81.5%로 올랐음을 보여준다. 그가 누렸던 대선득표율의 2배 가까운 지지율이다.

이같은 수치는 꼭 국회의원들의 위상과 견주어서만 엄청난 것은 아니다. 역대 정권중에 그만한 지지와 기대를 모은 정권은 일찍이 없었다.

그는 취임초 일부 인사의 차질을 군수뇌부의 전격 경질로 극복했다. 재산공개의 강행으로 개혁의지와 개혁가능성을 확인케 했다. 고통분담의 「신경제 100일 계획」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결단과 돌파력이 돋보인다.

이런 것들이 그를 향한 지지와 기대를 증폭시켰다. 그것은 다분히 정치적·외과적인 기동의 결과다. 보다 장기적인 정책은 아직도 지켜보아야할 형국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엄청난 지지와 기대는 그의 부담일 수도 있다. 지지와 기대가 클수록 일이 잘못되었을 때의 실망 또한 클 것이기 때문이다.

얘기를 일단 요즘 말이 많은 재산공개 문제로 좁혀 생각해보자.

재산공개로 인한 충격은 크지만,모두가 획기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태산명동에 쥐 몇마리격이 된다면,그것은 정계개편 시나리오설 그대로나 다름없어진다. 실망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병리해부의 정책적 귀결이다. 부패가 구조적인 것으로 확인된 이상 부패를 미연에 방지하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적어도 다음 몇가지는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재산공개법제의 정비다. 그 내용이 실효적이어야함은 물론이지만,이미 재산을 공개한 공직자도 새 법제에 따라 갱정 공개해야 한다. 그 결과 누락·은폐나 위법이 밝혀지는 공직자는 마땅히 물러나야 한다.

둘째는 실명제를 더 미룰 명분이 사라지고 있음이다. 이번 재산공개에서 부동산투기는 얼마간 드러났으나,가명제뒤에 숨은 금융자산이나 유가증권이 적지 않을 것이고,부동산투기의 양상으로 보아 증권시장을 통한 불공정거래가 있었으리란 의혹도 없지는 않다. 지금까지의 재산공개 결과는,경제적인 충격을 감내하고라도,실명제로 부패를 방지해야 한다는 당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실명제는 개혁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셋째 세정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번 재산공개는 다시 없는 정책자료가 된다. 거기 드러난 상속의 변칙,부부 등 가족사이 증여의 자취를 보고,세무당국은 가슴을 쳐야 옳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재산공개 대상인 공직자의 모든 납세실적을 해마다 챙겨서 당사자에게 통보하여 공개하게 하는 제도로 생각함직 하다. 납세 실적만큼 정확한 재산상태의 반영은 없기 때문이다.

넷째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 적어도 후보자 등록요건에 재산공개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법을 고치기 전이라도,머잖아 있을 보선에서부터 시행되었으면 한다. 의석의 매관매직이나 다름없었던 비례대표제도 심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소환제(recall)가 꼭 있어야겠다. 국회의원들의 재산공개를 본 많은 유권자들이 작년 총선때 그들에게 던진 표를 후회하고 있지만,지금와서는 달리 손을 쓸 길이 없다. 아무리 대통령과 여론이 어떤 의원의 사퇴를 권고한다 해도,그가 승복하지 않으면 그만일수가 있다. 이런 경우에 소환투표로 그 사람이 의원직을 내놓거나,재신임을 받게 하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법관 등에 대한 신임투표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행정·입법·사법이 모두 국민의 상시감시와 심사대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방도들은 결코 유산유죄라서 나열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유죄유산은 안된다는 것 뿐이다. 지금같은 정치로서의 재산공개가 아닌,제도로서의 재산공개가 꼭 정착되어야 한다면,그만한 방도는 마련되어야 하고,지금처럼 대통령과 국민의 개혁의지가 합일된 상황이라면 그만한 개혁이 가능하리라 보는 것이다.

그래서 아쉽기는 일과성 갈채에 그치지 않는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다. 그 지지와 기대는 개혁의 추진력으로 되고,배의 바닥짐(ballast) 구실로 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그 길은 개혁에의 참여,대통령의 말을 빌리면,자발적인 고통분담일 것이다. 개혁을 향한 지지와 기대는 대통령의 부담으로 될뿐 아니라,지지와 기대를 보내는 사람들 스스로에게도 부담분담을 요구한다는 얘기다.<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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