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상승 옐친 조속 개헌추진정면충돌을 향해 치닫던 러시아 보혁대결은 26일 인민대표대회를 계기로 비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옐친 대통령이 보수세력과의 연립정부 구성과 조기총선 및 대선수용의사를 밝힌데 이어 루츠코이 부통령이 이를 환영함으로써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옐친 대통령은 자신의 신임과 국가의 통치주체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안을 고수하고 있으나 타협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측은 일단 대통령 탄핵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국민투표 실시직후 조기대선 및 총선실시쪽으로 몰아고 있다.
보수진영의 정국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짙은 것이다.
대통령 탄핵의 선봉에 섰던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이나 루츠코이 부통령의 정치생명도 끝장날 가능성마저 있다.
하스불라토프가 타협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우선 이번 인민대표대회에서 옐친의 탄핵에 필요한 대의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패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옐친이 제출한 대통령 포고령 문서를 볼때 탄핵할 법적근거가 희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탄핵할 수도 있으나 이는 결코 「합법적」이 아니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옐친의 인기가 급상승,자칫 대세에 어긋나는 결정을 해 국내외 비판의 화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같은 판단에서 하스불라토프는 대통령과 대의원의 조기선거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즉 양대선거를 조기실시해 국민의 심판을 받자는 것이다. 즉 국민투표를 안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종의 「시간벌기」 전략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임박한 국민투표 대신 올 연말이나 내년초까지 시간을 보내면서 옐친의 개혁정책을 계속 방해해 경제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며 국민의 인기를 떨어뜨려 선거에서 승리하자는 속셈이다. 대통령 해임에 직결되는 탄핵결의를 적극 지지하는 측은 구 공산당계 의원 및 민족주의 그룹을 중핵으로 한 구국전선이나 러시아 통일 등 보수강경파다. 그외에 국영기업집단,콜호스(집단농장)나 소호스(국영농장) 등 농공콤플렉스 대표,시민동맹이나 사회민주주의 그룹,중간파인 「교대」,공화국을 대표하는 「주권과 평등」 등이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일반국민들에게는 대통령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제를 지지하는 쪽이 우세하다. 옐친 대통령이 인민대표대회 폐지를 목표로 의회측에 전면 공세를 펼친 것도 이같은 국민의 소리를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
즉 옐친은 먼저 비상통치의 철회를 통해 일단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결을 무력화한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확보,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즉 새헌법을 제정해 현재의 인민대표대회 대신에 새로운 의회를 구성해야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옐친은 아직 대통령임기(96년 6월)가 보장돼있는 만큼 현재의 반개혁적인 의회와의 대결로 시간을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의회측은 하스불라토프가 밝힌대로 국민투표 실시불가와 조기총선 실시라는 결의안을 채택,반격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옐친은 이를 무시할게 틀림없다. 그러나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옐친의 「전면적인 승리」는 아니다. 국민투표에서 신임을 확인받고 새헌법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보수파들은 옐친이 국민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캠페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25일 밤 하스불라토프의 TV회견은 그 제1막이라는 분석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