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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표정/재산공개 일파만파… 정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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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표정/재산공개 일파만파… 정가 초비상

입력
199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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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성 인식 「단호조치」 서둘러/“구여 거세의도” 일부선 의구심민자당에 재산공개와 관련한 「초비상」이 걸렸다. 민자당은 재산공개이후 쏟아지고 있는 여론의 호된 질타에다가 청와대측의 추상같은 의지가 전달되자 사태가 자기 살을 도려내야만 수습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민자당은 24일 상오의 고위당직자 회의 때만해도 재산공개 파문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나 주돈식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종필대표에게 청와대의 단호한 방침을 직접 전달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새삼 피부로 느끼는 모습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스스로가 「정화대상」인 민자당이 어떤 비책을 동원한다해도 어차피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데 민자당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이날 민자당 분위기의 급전직하는 주 정무수석이 김 대표를 방문하면서부터. 주 수석은 김 대표와의 10여분에 걸친 단독 면담에서 김 대통령의 단호한 의중을 전달했고 김 대표는 이를 받아들여 「재산공개 진상파악 특위」 명단을 서둘러 발표토록 지시.

주 수석은 면담이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 『민자당이 적절한 기구를 구성해 의혹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는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소개.

주 수석은 이어 앞으로의 자체 조사에서 의원들의 ▲부동산투기 ▲변칙증여 및 탈세 ▲재산의 성실신고 여부가 집중 규명될 것이라며 『조사결과 범법사실이 있을 경우 처벌받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라고 말해 문제의원의 정치적 입장정리외에도 일부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뒤따를 것임을 강력히 시사.

그러나 주 수석은 당의 체면을 고려한듯 『당의 대책과 대통령의 지시는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김 대표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기에 앞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애써 주장.

○…이날 상오 김종필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당직자 회의는 당내 특별기구를 설치를 통해 사태의 진상을 신속히 파악,비리가 드러난 의원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 이와함께 재산공개 절차 등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서두른다는데 합의.

회의에서는 또 재산공개이후 현 상황에 대한 우려와 문제제기도 있었는데 김덕룡 정무장관은 『원래 개혁의지의 실천 차원에서 시작한 것인데 부작용만 너무 부각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김영구 원내총무는 『많은 의원들이 당의 신고지침에 따라 공개했는데 시가와 차이는 나는 바람에 오해가 일고 있다』고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

그런데 민자당은 이날 이례적으로 2차례에 걸친 회의결과 브리핑을 통해 당지도부의 「단호한 입장」을 강조하는 등 청와대측 의중에 크게 신경을 쓰는 모습.

강재섭대변인은 이날 주 정무수석을 통해 김 대통령의 지침이 당에 시달되자 1차 발표내용이 다소 밋밋했다고 판단한듯 『물의를 빚은 인사는 흔쾌히 입장정리를 해야 한다』(김 정무장관) 『극약처방을 써서라도 사태를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김 총무) 『당의 개혁의지를 확실히 보여야 한다』(최형우 사무총장)는 등 다분히 청와대측 입장에 합치되는 내용의 대화록을 상세히 공개해 문제해결의 주도권이 청와대에 있음을 확인.

○…「재산공개 진상파악 특위」는 이날 하오 첫 회의를 갖고 향후 활동방향과 일정 등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

이날 회의는 다음 주초까지 조사를 매듭짓고 그 내용을 총재·대표에게 보고키로 의견을 집약.

백남치 기조실장은 회의가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 『물의를 빚은 의원들의 거취는 당지도부에서 최종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해당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거취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

백 실장은 『구체적인 조사대상과 방법은 25일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뒤 『언론에서 문제가 드러난 의원들을 우선 조사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언급.

○…재산공개 후유증이 확산되는 정도에 비례해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재산공개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도 절충하고 있는게 사실.

즉 「여론재판」을 통해 문제가 있는 구 여권 인사들의 거세를 시도하는게 아니냐는 시각.

때문에 상당수의 민정·공화계 의원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불똥이 자신에게 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점차 현실로 인식하면서 전전긍긍해하는 모습.

한 민정계 의원은 『멀게는 3공부터 가깝게는 5·6공까지 언제나 양지에 있었던 이른바 구 시대 인물들이 최근 재산공개이후 된서리를 맞는 것을 보고 세대교체를 실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의 중요한 통치기반인 집권당에 이렇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기고 어떻게 뒷감당을 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

○…박준규 국회의장은 이날 상오 10시 구창림 비서실장을 통해 의장직 사퇴의사를 공식 발표.

구 실장은 『박 의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비웠다」는 말을 전했다』며 『다만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4월 임시국회가 개원되면 신상발언을 한뒤 원의를 묻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의장직 사퇴를 기정사실화.

구 실장은 또 『이같은 결정은 청와대나 당과 연락없이 독자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한뒤 의원직 사퇴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

박 의장은 이날 비서관을 통해 김 민자 대표에게 공한을 보내 『재산공개와 관련해 물의를 빚은 의원들이 충분히 해명할 수 있도록 국회윤리위원회나 당의 당기위원회 등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 박 의장은 사퇴의사가 발표된뒤 보도진들과의 접촉을 삼간채 의장공관에 머물며 위로차 찾아오는 일부 의원들과 재산공개 파문 등을 화제로 대화.

한편 유학성 국회 국방위원장도 이날 『재산형성과정 등에 대한 당차원의 실사를 지켜본뒤 당방침에 따르겠다』며 『이미 마음을 비운상태』라고 말하는 등 국방위원장직의 사퇴의사를 공표.

유 의원은 이날 상오 국회 국방위원장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의 아니게 내 자신의 문제로 당과 지역유권자들에게 누를 끼친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의원직 사퇴여부에 대해서는 『내 자신의 문제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의원직 사퇴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유성식·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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