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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오렌지족(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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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오렌지족(장명수칼럼)

입력
199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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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일대에서 과소비로 흥청대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오렌지족」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더니 그뒤를 이어 「늙은 오렌지족」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수단방법 안가리며 재산을 늘려서 함부로 돈을 쓰고,어떤 경우에도 자기 잇속을 안놓치는 사람들이 바로 「늙은 오렌지족」이다.「늙은 오렌지족」의 아이들은 「오렌지족」이 될 위험이 높다. 문어발처럼 재산을 늘리다보니 자기 이름만으로는 흘려넘쳐서 배우자·아들·손자 이름을 다 동원하게 되는데,열살내외에 수억·수십억·수백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게된 아이들이 정상적인 소비감각을 키우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늙은 오렌지족」은 새로 「오렌지족」을 키워내는 잘못까지 저지른다.

최근에 장차관급 공직자와 민자당 의원들의 재산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은 그들중에 「늙은 오렌지족」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어떤 국회의원의 아들은 13살때 잠실의 대지 4천평을 소유한이후 이 땅에 74가구의 임대주택과 상가건물을 지어 수십억대의 부자가 되었고,한 국회의원의 8살짜리 손자는 연희동에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으며,또 다른의원의 세아들은 12살∼15살때 강남의 대지 수백평을 증여받았다. 그 국회의원들은 어린 자녀들 명의로 부동산을 살때 증여세를 납부했으므로 법적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늙은 오렌지족」들은 아편중독자가 염치를 잃어가듯이 사회적 판단능력이 마비돼가는 재산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바닥의 투기꾼들처럼 기회있을 때마다 땅을 사모아 수십만평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국회에서 입법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희극인지 비극인지 얼른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게 한없이 돈을 벌어야겠다면 공직을 맡지말고 자유롭게 살면 된다. 자신들의 변명대로 증여세·양도세를 제대로 내고 부동산투자나 부동산 임대업을 했다면,주변의 따가운 눈총은 받을지언정 감옥에 갈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감옥에 갈 일이 없다는 것과 공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세상에 아무리 인물이 귀하다고 한들 「늙은 오렌지족」들이 국민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정의」니 「개혁」이니 외치게 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이제야 5공·6공이 실명제를 시행한다고 큰소리치다가 왜 슬며시 후퇴했는지를 확실하게 깨닫고 있다. 5공도 6공도 개혁을 외쳤지만 결국 개혁주체들의 부패로 개혁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들의 재산공개서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신한국 건설」의 주체세력중에 「늙은 오렌지족」이 많다는 것을 국민은 크게 걱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아무리 투철해도 「늙은 오렌지족」의 태업이 알게 모르게 지속된다면 개혁속도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늙은 오렌지」가 아닌가라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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