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도 뭔가 보여주자”… 정부쪽과 교감/시장경제 무시땐 물가구조 왜곡 우려도재계가 전격 제시한 공산품 가격동결 방침은 그 타당성이나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 신경제 1백일 계획의 성패를 사실상 가름하는 핵심고리로 부각될 전망이다.
공산품가격 동결방침은 지난 22일 정부가 신경제 1백일계획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동찬 경총회장이 전격 제시한 사실자체부터 일단 파격적이다. 제계 대표자격으로 참석,통치권자 앞에서 약속한 내용이니만큼 미리 상당한 조율과정을 거쳐 실질적인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볼 수 있다.
23일 상오 경총회장단 긴급간담회나 최종현 전경련회장의 기자회견,뒤이은 국내 30대재벌그룹 기조실장회의 등에서 각각 추인형식으로 공산품 가격동결 내지 획기적 안정방침을 뒷받침,예상밖으로 재계 결의가 만만찮은 수준임을 느끼게 하고 있다.
공산품 가격동결 방침은 그동안 새 정부의 경제팀이 1백일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하순께부터 조심스럽게 검토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계획입안팀은 지난해 하반기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침체상황을 극복하고 금융실명제를 포함한 개혁조치를 예정대로 추진하려면 분위기쇄신 차원의 획기적인 경기부양책이 불가피한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기업의욕 회복을 위한 경기부양에는 자금지원을 늘려야 하므로 통화증발 부담이 따르게 마련. 공무원 봉급동결,근로자의 임금인상 자제,가계의 근검절약 등을 호소해서 정부가 신경제 추진의 전기를 마련하려 해도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불안을 막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변해버릴 우려가 제기되었었다.
따라서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한 경제팀은 경기부양으로 직접 혜택을 받게 될 재계가 뭔가 돌파구를 열어 주도록 다각적인 채널로 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이를 수용할 의사를 비친 것은 지난 9일 경제5단체장 회의때부터. 당시 참석자들은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획기적인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데 우리도 뭔가 상응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후 지난 11일과 17일 두차례의 경제단체장 청와대 오찬때 정부와 재계간에 보다 뚜렷한 교감이 오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 20일 상의 클럽에서 열린 이경식부총리와 경제5단체장과의 만남을 통해 『김영삼대통령의 기업활동 지원의지가 선명하게 제시됐으니 재계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적극 동참해야 할 것 아니냐』고 촉구,공산품가격의 안정에 최대한 협조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산품가격 동결의 실현가능성에 관해서는 입장에 따라 시각이 크게 엇갈린다. 학계나 일부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해 가며 가격 자체를 억누르려는 시도는 오히려 물가구조만 왜곡시킬 공산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경제기획원 상공자원부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의 원가구조상 임금상승만 어느 정도 억제시킬수 있다면 5∼10%정도의 인상요인은 충분히 흡수할수 있다』면서 『고통분담 차원에서 한때 공산품가격의 일시 인하방안도 검토했으나 국제원자재 수급동향 등 해외요인을 감안,1년 한시적 동결수준에서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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