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지방정부 확산/재계 “경제마비” 반발/고르비 “국민 원하면 정치복귀” 선언○“국론분열 심화”
○…옐친 대통령의 비상통치선언으로 러시아내 지방정부와 의회도 찬반으로 입장표명이 엇갈리는 한편 인접 공화국으로도 시위가 확산되는 등 파문이 증폭되는 양상.
옐친의 비상통치 발표직후 러시아내 우랄산맥 지대의 펠리아빈스크,극동지역의 블라디보스토크,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차카,동부 시베리아의 치타,남부 볼로그다지역의 지도자들은 친옐친의 대열에 선 반면 모스크바 남부의 리페츠크 및 보로네슈 모스크바 동쪽의 니즈니 노브고로드 지방의회들과 공산주의 및 민족주의단체들은 비상통치 반대입장을 표명.
또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에서는 2천여명의 러시아인들이 반옐친 시위를 벌였고 벨로루시의 민스크에서 7천여명의 민족주의자들이 옐친 지지시위를 전개.
한편 인접 공화국의 지도자들이 대부분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가운데 그루지야의 셰바르드나제 국가평의회 회장에 이어 레오니드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옐친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크라프추크 대통령은 외무부를 통한 성명에서 의회와의 화해를 촉구하면서 『러시아 지도부의 민주적 조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21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옐친 지지와 반대로 나뉘어 벌어진 시위에서는 유혈충돌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22일 하오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면서 충돌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한 관리가 전언.
○…옐친의 비상통치 발표이후 루블화가 폭락하고 재계 일부에서 반발조짐이 나타나면서 서방측 투자가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인민대표 산하 보안위원회의 세르게이 스테파신 의장은 이날 루블화가 암시장에서 전날의 달러당 7백30루블 수준에서 10% 가량 하락한 8백루블에 거래됐다고 주장.
또 빅토르 게라시첸코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비상각의에서 대통령 지지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산업계에 영향력이 지대한 시민동맹 소속의 니콜라이 크라프킨도 옐친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현지 서방기업들과 서방투자가들은 비상통치 발표이후 당국의 경제정책 추진이 일시적으로 마비될 가능성을 우려.
○옐친 지지는 내정간섭
○…옐친 대통령의 비상통치령으로 선제공격을 받은 러시아 최고회의는 옐친 지지입장을 즉각 표명하고 나온 서방측을 겨냥한 결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옐친의 비상통치선언에 관여한 보좌관들의 수사착수를 검찰에 촉구하는 등 맞대응을 개시.
최고회의는 이날 찬성 1백37대 반대 9의 표결로 서방측의 옐친 지지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는 결의안을 채택.
결의안은 『전통적으로 민주주의국가로 간주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옐친의 위헌적 조치를 지지한데 대해 경악과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같은 입장은 노골적 내정간섭에 불과하다』고 맹비난.
○무기감축협상 연기
○…러시아 의회 외무위원회는 22일 예정됐던 전략무기감축협상2(STARTⅡ) 논의를 「국가의 현재 정치상황 때문에」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
지난 1월 옐친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서명한 전략무기감축협상2는 러시아 의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던 상태.
미국과의 군사경쟁서 극심한 불균형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비준을 거부해온 보수파 의원들과 군고위층은 협상체결 자체를 비난하고 나서 STARTⅡ의 비준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
○“옐친 비상중 모친상”
○…비상통치선언으로 러시아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옐친 대통령이 결전의 와중에 모친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이채.
독립국가연합(CIS) 중앙 TV방송은 21일 올해 85세인 옐친 대통령의 모친 클라브디야 옐치나여사가 지병인 심장병으로 예카테린부르크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보도.
옐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심장발작을 일으킨뒤 심장병으로 고생해온 옐치나여사를 정기적으로 문안해왔는데 보수파와의 권력투쟁으로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고 옐친의 한 보좌관이 전언.
이 보좌관은 『임종당시 대통령은 모스크바 별장에서 정국구상중이었다』면서 『대통령이 몹시 슬퍼하고 있다』고 부연.
○…러시아 개혁주도세력중 일부 인사들은 비상조치 발표직전에 미국의 「자유유럽라디오」 창설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사전통보를 받지못한 것으로 알려져 서방선진 7개국(G7)에 대한 사전통보 사실과 극명한 대조.
비상통치선언 2시간전 전 작가동맹본부에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인권지도자 세르게이 코발리예프,가브릴 포포프 전 모스크바시장 등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옐친의 발표내용을 전혀 알지못한 상태였다고 참석자들이 전언.
○…옐친 대통령의 비상통치선언을 「미친짓」이라고 비난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21일 『국민들이 원한다면 러시아를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있다』고 정치활동 재개의사를 밝혀 주목.
고르바초프는 이날 이탈리아 국영 라디오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상황이 악화되어 국민들이 러시아문제 해결을 위해 나의 봉사를 원한다면 나는 그같은 의무를 수행할 태세가 돼있다』고 강조.<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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