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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영인/김성우(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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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영인/김성우(문화칼럼)

입력
199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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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문화적 풍경은 사서없는 도서관이요 큐레이터 없는 미술관이다. 이 문화시대에 문화행정이나 문화경영의 전문가가 많지 않다. 문화인재의 양성이 절실하다.문화욕구의 팽창과 더불어 예술작품의 생산량이나 그것을 즐기는 향수 인구나 이 욕구를 받아들일 문화공간들이 자꾸 늘어간다. 문화행사는 많아지고 전국적으로 시단위에서는 문화예술회관의 신축이 경쟁적이다. 이 문화시설들을 누가 운영하고 문화시책들은 누가 기획하는가.

예술은 예술작품 자체만으로는 생명력이 없다. 그것을 감상하는 수용자가 거울을 받쳐들 때 빛을 낸다. 그리고 예술작품의 창작과 향수를 지원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어야 활성화된다. 예술문화의 창달은 결국 이 3자를 한자리에 묶는 공간의 연출자가 있음으로써 가능해진다. 이 사람이 문화매니저다. 문화경영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문화경영의 담당자는 더러는 예술인 자신일 때도 있고 민간 예술문화단체의 운영자들일 수도 있지만,규모는 큰 문화시설의 태반이 국·시립이요 문화정책이 관주도인 우리나라에서는 대개의 경우 일반 공무원들이다. 이들이 과연 얼마나 전문화되어 있는가. 문화행정의 비전문성이 때때로 비문화적 소음을 일으킨다.

지금 우리나라의 문화적 기반시설의 확충은 1960년대의 미국에 비견될 수 있다.

1965년 NEA(연방예술기금)가 설립되고 케네디 대통령시대에는 건축비의 0.5%를 예술작품 설치에 충당해야 한다는 등의 장려책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예술을 관장하는 인력의 공급이 시급하다는 논의가 대두되었다. 민간재단의 기획자,미술관이나 공연장의 경영인,정부기관이나 관청의 문화담당자들이 문화예술 일반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영능력을 갖추는 것이 요청되었던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들의 문화행정체계내지 문화지원체제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그중에서도 프랑스는 국가주도형이다. 중앙정부가 문화정책의 입안에서부터 지원에 이르기까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다. 이런 특권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막강한 문화관료의 조직이다. 프랑스의 정치가나 관리가 문화를 장악하는 것은 그들이 예술적 감성과 창의력을 기본소양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서의 예술에 관한 일반적 소양교육이 미약하다는데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

정부 관서뿐 아니다. 전국의 군단위까지 확산되어 있는 문화원 같은 민간문화기관 역시 그렇지만 특히 일반기업에서도 문화의 전문요원이 필요한 때다.

다가오는 시대의 기업은 문화력에 달렸다. 문화적인 기업문화를 통해 기업을 문화화해 가는 것이 선진기업의 자세다. 파트통으로서 문화적 지원을 해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리사업에 문화적 센스를 동원해야 한다. 기업의 문화이벤트는 기업이 미지의 향상에 그치지 않고 상품 자체에 작용한다. 문화에 길들여진 사원은 제품의 아이디어 개발이나 판매방법이 전혀 다르다. 이를 위한 것이 기업의 문화화다. 그러자면 기업에도 이제 따로 문화부가 설치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경리부에서 돈 헤아리던 사원에게 하루 아침에 문화를 맡길 수 없다.

문화정책 수행이 민간지원형인 미국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크다. 미국사회는 기업이나 민간단체의 기부금이 필랜드로피(자선행위)라는 이름으로 문화진흥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 필랜드로피속에는 예술문화의 교육과 훈련을 받은 개인들의 무급봉사가 포함된다. 이들이 각 지역단위로 문화행사의 일을 꾸미고 벌이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개인적인 문화운동가들의 창의와 동력을 계발해 헌신시키는 것이 지역문화 발전에 필수적이다. 그러자면 이런 잠재인력을 교육으로 양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에서는 아트 매니지먼트(예술경영)의 전문과정으로 역사있는 곳이 동부의 뉴욕대학과 서부의 UCLA다. UCLA에는 1969년 대학원의 경영전공에 이 과정이 설치되어 졸업하면 MBA 칭호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일반 경영관계 전공과목인 경영학,마케팅,경제학,정보처리 등을 수강한뒤에 예술경영의 과목을 공부한다. 특히 UCLA에서는 연극,영화,미술,음악,문화인류학 등 예술전문 코스의 이수가 의무적이다. MBA 과정의 2년째에는 반년동안 실습을 나간다. 국내외에 있는 1백30개의 문화단체가 이들을 받아들인다. 미국내에서는 아메리칸 발레극장,케네디센터,링컨센터,메트로폴리탄 박물관,뉴욕시티 오페라 등이다.

우리나라의 대학과정에는 아직 이런 분야가 개척되어 있지 않다. 대학의 예술교육을 보면 예술관계 학과가 전문대학에 38개,정규대학에 53개 있다. 가구디자인과,보석가공과,섬유예술과,환경미술학과 등으로 세분화되어 간다. 그러나 예술행정학과 같은 것은 없다. 경영이나 행정교육쪽에서도 이런 예술분야와 연계된 학과는 물론 교과목도 안보인다. 웬만한 대학에는 경영대학원이나 행정대학원이 있지만 여기서도 그런 전문과정은 없다.

예술관리자의 육성은 예술창작자의 육성에 못지않은 예술진흥책이다.<본사 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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