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개혁바람에 눌려서인지 요즘 야당이 어디 갔느냐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각분야에서 사정 숙정바람에 인사태풍까지 겹쳐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 것 같은데 야당의 존재는 정말 의식할 겨를이 없다.개혁이라고 하면 여당보다는 야당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제1야당인 민주당은 잠잠하다.
아마도 김대중씨가 떠난뒤의 집안정리와 새체제정비 때문에 바빠 미처 다른데 신경을 쏟을 새가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대표와 8인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지도부 구성에 이어 원내총무를 직선하는 등 당내 민주주의를 유감없이 발휘했으나 새문민정부의 변혁선풍에 가려져 있었다.
여당인 민자당도 깨끗하고 돈안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하기 위해 기구와 인원을 줄이는 감량 운영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시에 의원들도 스스로 깨끗한 정치를 다짐하는 제스처로 재산공개를 22일 단행한다.
이런 일련의 자체 개혁작업이 끝나고 나면 민자당도 집안정리가 어지간히 끝나는 셈이다.
여야가 다같이 체제정비를 끝내면서 다음 수순으로 정치권이 해야 할 일들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새정부의 독자적인 개혁의 독주를 구경만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를 열어서 할 일이 많다.
개혁을 너무 서두른 나머지 부작용이나 후유증은 없는가. 개혁에서 누락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재산공개는 정부·여당만 하면 되는가. 야당은 자체 개혁할 것이 없는가. 재산공개를 이런 바람과 분위기에 쏠려서 그때 그때 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입법화할 필요는 없는가.
개혁이란 이름아래 저질러지는 비리와 부조리는 없는가. 개혁이 형식적이고 외형적으로 흐르는 분야는 없는가. 막상 금융실명제 실시와 같은 실질적이고 중요한 부문에서 개혁의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저런 문제들을 국회에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여야는 지금까지 김 대통령과 행정부의 개혁독주를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하던 자세를 고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개혁작업을 점검하고 잘못이 있으면 다시 고치도록 촉구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도 아울러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잘된 개혁엔 박수와 협조를 보내고 잘못된 개혁은 추궁해서 시정토록 하는 것이 원래 국회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는 국회의 본래기능은 개혁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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