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소기업인들은 스스로를 『우리는 봉이다』라고 비하한다. 그들은 『우리가 왜 봉인가』라고 도전하기에는 너무나 힘이 약하다. 그래서 울분을 자조와 자기 비하속에 파묻고 만다.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의 이런 자기 비하가 지속되는 기업풍토가 정화되지 않는한 한국경제의 국제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경제회생에 국정의 우선을 두고 있는 김영삼정부가 드디어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비리·횡포·부조리 등 부당행위에 대해서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김영삼대통령은 19일의 「신경제」 특별담화에서 『…대기업은 특히 중소기업과 협조관계를 만들며 자금결제 기일이 60일을 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김 대통령의 담화는 불황타개와 그 방안 등에 관해 역점을 둔 것이었지만 대기업에 대해 중소기업과 관련하여 이러한 구체적 주문을 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대금지급 기일까지 언급한 것은 처음이 아닌가 한다.
김 대통령이 중소기업의 육성과 경영난 타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겠다.
그러나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폭군적인 군림이 대통령의 관심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부단한 정부의 감시·감독과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일과성 단속으로는 풍토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관,정,군,금융계 등 국가와 사회 각계에 「혁명적」인 개혁의 국면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차제에 기업풍토에도 혁신의 새기풍이 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재계와 경제계는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도 스스로 개혁과 혁신의 원천이 돼야 했는데도 오히려 사회를 온통 썩게 만든 총체적 부패의 근원이 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변칙적인 주종의 관계는 공존공생하는 협력자의 대등관계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종속관계 때문에 입찰 또는 납품에서부터 대금영수에 이르기까지 「떡값」 「뒷돈」 「급행료」 등의 다양한 부당지출을 감수해야 했을뿐 아니라 대금환수기간까지 법정지불기간(60일)을 훨씬 초과하는 어음을 받아 2,3중으로 피해를 당해왔던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가 최근 작성한 「납품대금 지급 지연실태와 방지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어음은 평균 지급기간이 1백일 이상으로 이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연간 1조2천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연간 매출액의 1.37%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모든 웃돈의 지불까지 합하면 준조세적인 경비가 매출액의 10%까지나 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경쟁력 쇠퇴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정부는 대기업 비리에 대해서도 손을 대겠다고 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부당착취 행위는 이번에는 영원히 발본색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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