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청 2층 세무과 사무실에선 요즘 적어도 하루 2∼3차례씩 기자들과 직원들이 실랑이가 벌어진다.이 관내에 부동산이 있는 장관급 고위공직자들의 종합토지세 내역서를 보여달라는 기자들에게 직원들은 『보여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개인의 전국 부동산 소유현황이 모두 나오는 종합토지세 내역서는 기자들이 장관급 인사들의 소유부동산을 확인할 수 있는 유력한 방도였다.
그래서 장관들의 자진 재산공개내역이 국민들의 실망과 의혹을 부풀려 놓는 결과가 되자 최창윤 총무처 이계익 교통 김덕룡 정무1장관 등 장관급 인사만도 10여명의 종토세 내역서를 보유한 서초구청 세무과는 갑자기 기자들로 붐비는 곳이 됐다.
『우리 관내 장관급 인사들의 재산에 관한 기사가 보도된뒤 본인들로부터 얼마나 항의와 질책을 받았는줄 아느냐』,『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더이상 침해하도록 도와줄 수 없다』,『제발 힘없는 말단 공무원들을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달라』
담당계장은 『많은 기자들이 오고 있지만 관련기록을 보고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말도 했다.
구청측의 이같은 열람거부는 관내 인사인 김상철 전 서울시장(우민동) 박희태 전 법무장관(역삼동) 등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의 흠결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엔 무심코 보여주다 장관급 인사의 항의를 받고 열람거부를 자체 결정했다는 것이다.
관내에 높은 분들이 유독 많기 때문에 엉뚱하게도 「인사파문」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튄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초구청측은 그들이 갖고 있는 것이 보통시민의 사생활 비밀이 아닌 공인들의 도덕성에 관한 정보임을 깨달아야 한다.
누구나 「사생활을 함부로 공개당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국민들을 대표하고 국정을 관장하는 공인들은 전인격적 검증을 받을 의무가 있다.
새정부가 공직자의 부정부패척결을 당면 제1과제로 내세운 것도,고위공직자의 비리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나라 앞날에 대한 걱정이 증폭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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