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주류제3세력 고루 안배/합종연형 시동… 정치전열 정비민주당의 당3역과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인선이 19일 매듭됐다. 전날 원내총무 경선에 이은 이날의 핵심 당직인선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당직인선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은 새지도부의 세력관계가 당직인선 과정에 복잡하게 작용될 것이라는데서 비롯됐다.
특히 전날 원내총무 경선과정에서 드러났던 이기택대표와 각 최고위원,그리고 8인 최고위원 사이의 제휴와 견제의 새 양상은 「당직방정식」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점치게 했다.
민주당이 이같은 예상에도 불구하고 주요 당직인선을 발빠르게 매듭지은 것은 앞으로의 정치일정상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4월중 부산 동래갑·사하·경기 광양의 보궐선거와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시급하다. 늦어도 내주부터는 보궐선거 공천작업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할 입장이다.
보궐선거가 새정부와 맞설 새민주당의 대국민평가와 홍보의 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내부사정을 꼽아야 할 것 같다. 복잡한 세력관계가 서로를 충족시킬 최대공약수를 찾는 인선작업을 거꾸로 가속시켰다. 그리고 여기에는 전당대회와 총무경선을 거치면서 새롭게 재편되기 시작한 당내 역학관계가 깊숙이 투영돼 있다. 바로 합종연형의 신세력 관계이다.
경선으로 결정한 총무를 제외하고 나면 김덕규 사무총장이나 김병오 정책위 위장,박지원대변인 모두가 대체로 대립관계의 계파색깔이 덜한 사람들이다.
현재 민주당내에서 서로가 가장 반대쪽에 서있는 이기택대표와 김상현 전 최고위원간의 긴장관계를 우회한 인선이라는 얘기이다. 이를 우회해야 하는 상황은 제3의 세력에 타협점을 도출할 이니셔티브를 주게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정책위 의장의 경우가 이를 상징적으로 설명해준다. 김 의장은 조세형 최고위원 사람이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조 의원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정책위 의장자리는 전날 총무경선이 결선투표로 가면서 주·비주류간 「주고받기」의 주요 대상이었다. 김상현 전 최고위원이 김태식총무에게 자파소속 의원들의 표를 몰아주면서 김 총무의 대부격인 김원기 최고위원 등에게 할애의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자리이다.
이같은 총무 경선과정은 김 전 최고위원의 영향력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이로인해 당내 다른 세력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특히 이 대표로서는 총무경선이후 당직인선 과정에서 어떻게든 이를 견제·제어해야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대목은 김원기 최고위원의 이해와도 일치될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김 최고위원과 김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의 대표성을 놓고 끊임없는 지분경쟁을 벌여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립변수인 조 최고위원이 파고든 결과가 김 의장이랄 수 있다.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의 김 의장 카드를 매우 유효적절하게 활용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는 물론,또 한사람의 반이 세력인 유준상 최고위원과도 사전협의를 거쳤다. 김 최고위원의 묵시적 동의도 쉽게 수반됐다.
김 의장은 특히 구 민주계의 민련과 구 평민당의 평민연 등 당내 진보그룹의 결성체인 민주개혁 정치모임의 감사직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부영·노무현 최고위원도 전적으로 이에 동의했다.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 전 최고위원측의 신순범 최고위원이 극력 반발했지만 혼자뿐이었다.
김덕규 사무총장은 정대철의원계로 분류될 수도 있지만 모든 그룹에서 중립적으로 간주되는 인물. 대변인직의 경우는 이 대표 선임권이 인정됐다. 이에따라 당초 구상대로 이 대표는 박지원대변인을 유임시켰다.
김 전 최고위원측은 막바지에 최낙도 유인학 조순승의원까지 내세우며 정책위 의장 할애를 요구했으나,이 경우 주요당직이 모두 호남출신 인물로 채워지게 된다는 반대논리에 부딪쳤다. 김 의장은 남원출신이긴 하나 지역구가 서울(구로병)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요컨데 민주당의 이번 당직인선은 중화적인게 특징이다. 핵심논란대상이었던 정책위 의장이 비주류에 돌아갔지만,비주류내의 경쟁관계가 작용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다양한 제휴를 시도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형성된 주·비주류의 단순도식이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계속될 당직 후속인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민주당은 새로운 당내 역학구도를 모색해가고 있는 것이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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