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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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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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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15일은 「민방위의 날」임을 잊을만하면 사이렌 소리가 어김없이 일깨워준다. 방공소방의 날을 민방위의 날로 개칭한 것은 지난 1975년이었다. 월남이 적화되면서 한반도에도 스산한 긴장이 감돌았다. 불안한 국내외 정세와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시작된 것이다. 초기엔 야간등화관제까지 실시하여 서울의 밤 하늘이 암흑으로 변하기도 했다. ◆유신정권시대이니 불만이 있어도 감히 목소리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공습경보가 귀를 찢을듯 울리면서 차를 타고 있던 손님들은 허둥지둥 뛰어내려 어디고 피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다. 시민들의 짜증이나 외국관광객들에게 주는 공포감 따위는 아랑곳 할바 아니었다. 민방위훈련이 안보를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획일적 강제가 아무래도 못마땅한게 사실이다. ◆세상이 변하고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훈련의 양상도 전시대비에서 재난대비로 바뀌었다.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 하다보니 오히려 둔감해지고 불편이 쌓여갔다. 훈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마저 뒤따르고 있다. 사이렌 소리가 마음의 안정과 집중력을 잠시나마 흐트러지게 하며 거리의 정적이 어색하고 답답할 따름이다. ◆재난대비 훈련으로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형식에 그치고 있다. 내무부 자체의 평가가 그것을 입증한다. 「공공건물이나 대형빌딩에 긴급대피 장비가 2만여개나 설치되어 있지만 쓸줄아는 사람은 1천명에 1명꼴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큰효과가 없는 훈련이 반복되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니 민방위 날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되는 시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로 전쟁발발 위험설까지 나돌아 정부는 종합적인 진정대책을 서두르기도 했다. 평양이 등화관제훈련을 실시한다는 소문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근거없는 불안감은 평화를 위해 없애는게 마땅하다. 평화의 의지를 갖고 우리네 민방위 경보도 지금과 다르게 바꿀 수는 없을까. 유비무환은 내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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