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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현장/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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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현장/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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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몇몇 정치 숙어가 사라지고 있다. 「정부편 여당,반대편 야당」이라는 해묵은 숙어가 그중 하나이다.지난 15일 하오의 국회 외무통일위. 한완상 통일부총리는 시종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왼쪽편에 앉아있는 의원들로부터 신랄한 추궁이 계속 던져졌기 때문이다. 간간이 오른편에서 엄호성 발언이 나왔다.

관행대로라면 한 부총리 왼편은 야당,오른편은 여당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 반대였다. 한 부총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의원들이 바로 여당 의원들이었던 것이다.

포문은 안무혁의원이 열었다. 안 의원은 『부총리는 이제 교수 한완상이 아니다. 남북문제를 다루는 총책임자이다. 따라서 신중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세기의원이 『이인모씨 송환결정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로 별 효과를 못 거두었다. 치밀하게 전후 사정은 고려했느냐』고 추궁했다. 강신조의원도 『납북 어부·KAL 승무원문제는 덮어두고 이씨만 송환하는 것은 아마추어 수준 아니냐』고 공박했다.

세명의 여당 의원이 대정부 공세를 펼치자 민주당의 이우정의원이 나섰다. 이 의원은 『이씨 송환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잘한 결정이다. 이 결정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에 비해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오히려 정부를 두둔했다. 16일의 국방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민주당 강창성의원은 『새정부는 정치군인들에 대한 일대 수술을 단행했다. 훌륭한 군인사였다』고 말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야당 의원의 정부 칭찬이었다.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여야 사무총장 회담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민자당의 최형우총장과 민주당의 김덕규총장은 민추협 시절 등 옛날의 민주화투쟁을 화제로 덕담을 나누었다. 마치 동지애마저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배석한 민자당의 권해옥·조부영부총장은 대화에서 소외된듯한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정치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치사가 파행과 대립으로 얼룩져왔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 무리가 없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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