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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경직」부터 풀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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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경직」부터 풀라(사설)

입력
199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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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기 사정바람이 공직사회를 경직시킨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위 아래로 눈치 살피기에 바쁜 나머지 행정이 기민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진 바람은 우선 피해놓고 보자는 타성적인 보신주의의 발현이다. 정부의 사정원칙이 밝혀짐으로써 이러한 역풍이 그런대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정부는 국가기강확립 보고회를 열어 「적발」보다 「예방」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간 비리를 들춰내는 벌집 쑤시기 보다 앞으로의 비리를 미리 막고 척결해 나간다는 것이다. 감사기능도 거시적이며 전향적인 방향으로 돌려 눈에 띄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새정부의 출범때 벌써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 강하면 강한대로 유연하면 유연한대로 역공과 장애와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과거에 사정이나 숙정바람이 있으면 으레 골프장과 고급유흥가가 한산하고 쥐죽은듯 납작 엎드리던 버릇이 되풀이 되었다. 지금 나타나는 현상도 크게 다를바 없다. 게다가 각부처가 종래의 규제를 풀며 경쟁적으로 부정척별 방안을 내놓아 불길이 어디로 얼마나 번질지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이다. 일부 관공서에선 일을 미루는 경향이 엿보이며 무사안일을 방패로 삼는 풍조가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예방차원의 사정방침을 결정한 것은 외유내강의 탄력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과오를 털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 안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공직의 청결성과 더불어 능률의 향상이다. 차라리 급행료를 내고라도 신속처리를 원하는 충동이 머리를 든다면 사정의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풍토의 개혁이다. 핑계거리가 될만한 제도와 소지를 먼저 과감하게 청산하고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본의 아닌 과오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감사가 무서워 될 일도 안된다면 국정운용은 효율성을 잃을 뿐이다. 일벌백계의 원칙이 뿌리내리면 비리의 예방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확신한다.

정부는 이달안에 반부패선언을 하고 6개월내에 부조리를 없앤다고 다짐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도 「앞으로 6개월 늦어도 금년내에 무엇인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요란한 빈수레가 아니다. 밖으로 유연하면서 자기에겐 엄격해 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공직자와 국민의 의식전환이 따라야 한다. 부패는 전염병과 같다. 꾸준한 예방조치가 없으면 반드시 살아난다. 예방사정의 인내력과 지속성이 요구된다. 청결과 능률의 조화를 거듭 당부하고 싶다. 사정은 방편이지 목표가 아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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