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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라/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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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라/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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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위상을 다시한번 통찰해 볼 때다. 김영삼대통령이 이제 막 시동한 「신한국」 「신경제」 등의 국정개혁운동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다같이 진지하게 생각해야겠다. 특히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들이 다소 객관적인 위치에서 사회와 나라의 좌표를 성찰해봤으면 한다. 현 시점에서 국민적인 총화를 구할 필요가 있는 것은 개혁의 폭과 속도다.김 대통령의 개혁운동이 당면한 최대의 장애물은 기득권층의 저항이다. 김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민자당 자체가 어느 의미에서는 기득권층의 중핵이라 하겠다. 내각도 청와대 비서실도 그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개혁운동에 민자당 특히 민자당 국회의원들이 그처럼 전전긍긍하고 그처럼 비협조적일 수가 없다. 개혁에 제동만 걸고 있다. 그것이 집권당인 민자당으로서 올바른 자세인지를 돌이켜 봐야겠다.

민자당은 공직자의 재산공개,금융실명제 실시 등에 처음부터 미온적이었다. 이 두계획은 김영삼대통령이 「신한국」을 창출하자면 반드시 단행해야 하는 필수과제다.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지금까지 정착하지 못한 제도들이다. 현행의 공직자 재산등록법은 비공개,비실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구색이나 장식으로 전락해 있다. 금융실명제는 잘 알려져 있는대로 「여건미비」라는 이유에서 82년,89년 두번씩이나 실시직전 「유보」됐다.

이번에도 꼭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 대통령의 개혁의 성패는 바로 이 기득권층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통령 혼자서 모든 것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민자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권 지도층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개혁의 주도세력이 돼야하는 권력의 핵심 그 자체에서도 개혁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김 대통령이 먼저 공개,다른 고위공직자들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 「재산공개」도 시간이 흐를수록 부실화,신선미를 잃고 있다.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재산줄이기에 급급해가고 있다. 「재산공개」의 근본취지는 공직재임중 부정축재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산은 동산,부동산을 가릴 것 없이 상법상 재산으로 간주되는 것은 모두 등록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부채도 등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등록된 재산에 대해 성실 신고여부를 가리는 실사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산공개」는 재산중 부동산만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을뿐 아니라 실사도 「문제가 발생할 때」로만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비실사를 원칙으로한 셈이다. 현역 국회의원 특히 부정축재한 의원들은 재산공개가 정치적으로 역이용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재산공개」가 이제는 이빨빠진 독사꼴이 돼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 것 같다. 금융실명제의 실시도 어제 오늘 사이에 갑자기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경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지난 3일 『오는 5월 실시일정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15일에는 이를 부인하고 『준비와 협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내년이후 실시」 「임기내 실시」설도 들린다. 경제활성화에 큰 역작용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근시안적인 접근방식이다. 실명제 실시가 충격이 크다면 2,3단계로 나누어 실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만간 실시를 행동화해야 한다. 금융실명제를 선반위에 올려놓고 개혁을 말하는 것은 표리부동이다. 정부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에게만 「고통의 분담」을 요구할 수는 없다. 정부가 스스로 경제개혁조처에 등을 돌린다면 김 대통령의 개혁정치는 이륙하기도전에 추락하게 될지 모른다. 개혁에는 진통이 따른다. 고통이 두려워 개혁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역사의 낙오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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