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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냐 행정방임이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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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냐 행정방임이냐(사설)

입력
199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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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절 금지와 규제위주로 펴왔던 행정을 새정부가 자율원칙으로 방향을 일대 전환해서 각종 행정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행정쇄신 방안을 부처별로 마련하고 있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본다. 재무부·건설부·보사부 등 손빠른 부처에서는 벌써 행정규제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관련법과 시행령 개정작업에 착수했다고도 한다.완화된 내용들중에는 실현성도 없는 금지규정이나 불필요한 과잉규제도 많았다. 사실상 사문화한지 오래이지만 법규나 시행령속에서만 살아있는 것들이 허다했다. 그러나 이러한 금지와 규제조항들은 해당 공무원들의 이현령비현령식의 적용으로 부재와 비리 그리고 부패의 요인이 되기도 했던 것들이다. 또한 국민의 경제활동과 생활권을 적지않게 침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행정규제 완화계획에 우리가 박수를 보내는데 인색하고 싶지않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완화를 많이 하는 부처가 일 많이 하는 곳」처렴 경쟁을 하는 것으로도 보이고,꼭 필요한 규제마저도 확 풀어버리는 부분도 많으며,그리하여 행정의 감독권한까지 포기해 버리려는 것 같이도 느끼게 된다. 공무원들의 업소 출입검사를 제한하는 것 또한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좋을지 모르나 소신없는 행정의 책임회피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보사부의 완화방안중에 특히 이해못할 것들이 많다. 다방과 제과점,피자 및 햄버거판매점의 24시간 영업허용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술을 팔지않는 업소의 심야영업 허용이 말대로 지켜진다고 보는가. 결혼식장과 장의업소의 물품판매대금 및 수수료 자율화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을 가중시킬 것인지를 생각해봤는가. 식품제조를 신고제로 전환한다거나 식품제조업과 접객업소의 시설기준을 완화한다는 것도 그렇다. 도대체 보사부는 국민의 건강과 위생을 위한 행정을 하겠다는 것인지,공무원 보호와 업소이익만을 위해서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건설부의 완화방안중 수도권 변두리의 개발유도나 자연보존 권역에서 도시형 공장의 개별적인 신축허용 같은 규제완화는 엄청난 자연훼손의 위험이 있다. 그린벨트내 토지이용계획도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할 부분이다.

지나친 규제나 금지를 현실에 맞게 완화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지난 시절의 모든 규제는 악이고 새시대의 해제와 완화는 선이라는 식의 흑백논리사고에서 비롯된 완화사태는 곤란하다. 이 사회의 준법정도와 자율기능의 수준도 감안해야 한다. 규제완화와 자율이 불법과 탈법 또는 퇴폐풍조를 부채질해서는 안된다. 부처별로 경쟁하듯이 또다른 전시행정으로 탈바꿈한다면 새정부의 「변화와 개혁」이란 통치의지마저 훼손시킬지도 모른다. 행정규제를 푸는데 있어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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