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남자가 노년에 상처를 하더라도 아들·며느리에게 여생을 의탁하기 보다 독립해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경우 재혼을 하거나 수발을 들어줄 여자를 찾게 되는데,이 새로운 동반자를 둘러싸고 재산문제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아내의 법적 상속분(자녀몫의 1.5배)을 후처에게 다 인정할 것이냐는 것은 가족들간에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자녀들은 아버지가 노년에 맞아들인 계모의 입적을 반대하게 된다. 더구나 새가족법은 계모자관계를 모자관계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계모가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한후 세상을 떠나면 그 재산이 자녀에게 상속되지 않고 계모의 친정식구들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지난 2월 사학자 김철준박사의 시신부검 소동이 벌어졌던 것도 후처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이북에 가족을 두고 46년 월남한 김 박사는 4년전 6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독신으로 살았다고 알려졌지만,8년간 가정부로 일했던 여성과 혼인신고가 돼있는 상태였다. 김 박사의 조카 등 인척들은 그 가정부가 몰래 혼인신고를 한후 김 박사를 독살하고 재산을 상속했다는 고소장을 냈으나,조사결과 그들의 결혼신고는 적법했고,시신에서도 독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김 박사가 생전에 유언장이라도 만들어 두었다면 시신부검으로 두번 죽음을 당하는 불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 사건은 특히 노년에 후처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유언장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노년의 얼마동안 같이 살게된 후처를 호적에 올릴 것인가,아니면 그에게 일정한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약속하거나 아예 미리 줄 것인가,또는 애매한 태도로 결정을 미룰 것인가라는 선택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요즘 대부분의 노인들인 자녀들에게도 마지막 순간까지 재산문제에 대해 함구하겠다고 결심하고 있다. 그들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재산을 꽉 움켜쥐고,누구에게 줄지 밝히지 말아야 그나마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산 상속문제를 많이 다루어본 법률전문가들은 누구나 심신이 건강할 때 자신의 재산을 정리해보고,어떤 결정을 내려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최근 자신의 전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겠다는 유서를 남겼던 사람들이 유언장의 법적효력을 인정받지 못해서 결국 유산이 가족에게 넘어간 예가 몇건 있었는데,유언장을 만들 때는 일단 법률전문가와 의논하는게 좋다.
가족관계가 크게 변하고 있는데,우리의 의식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족관계에도 사무적인 처리가 중요한 때가 왔다. 노년에 맞는 후처 이야기는 그 좋은 예이다. 홀로된 노인은 너무 인색해서도 안되고,거짓사랑에 속아 넘어가서도 안되고,재산을 지키려는 자녀들로부터 너무 압력을 받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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