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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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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내에 있는 줄리아드음악학교(Julliard School of Music)는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교육기관이다. 면화상으로 돈을 많이 벌었던 줄리아드의 유산으로 1923년에 설립됐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된 것은 1945년 윌리엄 슈만이 교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줄리아드 음악학교에는 일반연구과·작곡과·오페라과·무용과 등이 있다. 학생들은 실기만을 수학할 수도 있고,학사학위·석사학위를 받기위한 대학과정을 택할 수도 있다. 최근에 와서는 음악이론과 음악사를 실기와 결합시켜 종합적인 대학교육과정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음악학교가 단과대학이나 종합대학교 승격을 추진한다는 소리는 없다. ◆학교 책임자도 교장으로 부른다. 학장이나 총장으로 불러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지난 8일 정식 개교하고 첫 입학생을 받은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어떠한가. 학교 설치령에 이 학교는 대학에 준하는 각종 학교로 학교 책임자의 직함은 분명히 교장으로 돼있다. 그런데 이 학교의 이강숙 초대교장실 입구에는 한동안 「총장실」로 써 붙여 놓았었고,그가 TV나 신문지상에 등장할 때는 「총장」으로 불린다. 그의 명함이 어떻게 인쇄돼 있는지도 궁금하다. ◆남을 부를때 실제보다 높여서 불러주는 것이 우리 미풍양속쯤이거니 생각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문제는 남이 아니라 스스로가 「격상」을 원한다는데 있는듯하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교장이든 총장이든 호칭이 무슨 상관인가. 어떤 사람들은 예술종합학교의 이러한 행태를 「예술가의 총장병」이라 걱정한다. 속보다 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헛된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개교 하자마자 「대학교」로 승격시키기 위해 교육부에 학교 설치령 개정협의를 해온 것만 봐도 교장을 총장으로 부르는 것이 단순한 실수만은 아닌 것 같다는 해석도 있다. 예술종합학교가 설립된 동기와 배경을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종합대학교 음악대학들의 입시부정을 뿌리뽑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실기중심의 음악학교를 만들자고 했던 정책의 취지가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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