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고속도로 건설등 국토개발 “산증인”/유성서 불고기 전문점… 잡일까지 척척국토개발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전직장관이 식당주인으로 일하면서 소박한 삶을 일구고 있어 최근 잇단 비리와 추문으로 얼룩진 고위공직자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대전 유성구 도용동 엑스포행사장에서 1백여m 가량 떨어진 야산아래 자리한 한식당 「녹원」의 주인은 전 교통부장과 안경모씨(77).
60∼70년대 국토개발사업의 중심에 서서 고속도로와 거대한 댐건설을 주관하는 등 큰일을 해냈던 전 장관이 지금은 1백평이 채 안되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종업원이 10여명 되지만 안씨는 직접 손님을 안내하고 설거지 등 주방일도 돕고 있다. 불고기전문 한식당이어서 아무래도 기름설거지가 많지만 잡일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 세월은 나라를 위해 봉사했지만 지금은 식당주인으로 평범한 시민이 되어 보람있게 살고 있습니다』
환하게 웃는 표정에 욕심의 티가 끼여있지 않다.
우연히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주인이 충주 안동 대청 소양강댐 등 다목적댐과 울산 구미 창원 반월 등 공업단지,대덕연구단지 조성 등 대역사를 주관했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안씨를 다시 한번 보게된다.
일제시대인 1939년 일본 도쿠시마(덕도) 고등공업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철도국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안씨는 40여년간 건설부차관 교통부장관 수자원개발공사 사장 산업기지개발공사 사장 등을 거치며 철도 고속도로 댐 공단조성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다진 국토개발의 산 증인이자 우리나라 초기 몇 안되는 전문직 관료중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녹원을 열때 가족과 안씨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펄쩍 뛰며 만류했으나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얼마나 보람있고 가치있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오히려 이들을 설득했다.
안씨는 주변사람들을 설득하는 일 못지않은 또 다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83년 10년간 재직한 산업기지개발공사를 떠나며 받은 퇴직금 5천7백만원중 2천여만으로로 식당부지 1백90평을 매입했으나 건축비용을 마련못해 50년 넘게 살아온 서울 용산구 효창동 목조가옥을 담보로 은행에서 2억원을 융자받아야 했었다.
지금자리에 식당을 낸 것은 자신이 산파역을 맡아 조성한 대덕연구단지 옆에서 커가는 후배 과학기술자들을 지켜보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했다.
『돈을 벌 욕심은 없지만 식당운영이 잘돼 목돈이 생기게되면 환경연구소를 설립해 환경문제 연구를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안씨는 사회를 위해 앞으로 전문성을 살린 봉사를 해고 싶다고 말했다.
올봄에는 그간 저축한 돈으로 비새는 집지붕을 손봐야겠다는 안씨는 최근 잇따라 보도된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와 부도덕에 울분과 분노를 참지 못했다.
『공직자는 능력이전에 도덕관이 정립되어야 하며 결코 사심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안씨는 요즘 청백리 후배들을 기대하며 회고록을 집필하고 있다.<대전=전성우기자>대전=전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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