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야 재건·정치발전에 새지평/전당대회 경선 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야 재건·정치발전에 새지평/전당대회 경선 의미

입력
1993.03.12 00:00
0 0

◎당운영 부담… 당직배분등 후유증 우려/과열수습·여와 맞설 강한 지도력 과제민주당은 11일의 전당대회를 통해 양당제 정치구도속에 「야당재건」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전당대회는 특히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를 완전 경선에 의해 선출함으로써 야당 나름대로의 정통성과 민주성을 과시했다.

김대중 전 대표라는 강력한 보스가 지배하던 야당이 내부 자생력을 새로 갖출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우선 돋보인다.

김 전 대표 은퇴로 공백상태이던 리더십을 복원시켰으며,이에 따라 야당 내부의 질서,나아가 여야관계 등 정치권 전체의 질서를 재정비할 바탕이 구축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경선과정을 통해 야당의 차세대 리더들이 자연스럽게 부상되고,지도자로서 독자성장을 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중요하게 평가돼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이날 대표경선은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수 득표결과를 도출하지 못함으로써 향후 당운영은 불안정한 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기택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연합세력이 1차 투표 당선을 목표로 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는 주류연합의 사실상 패배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경선과정에서 주류연합이 주창했던 소위 「김심」을 둘러싼 논쟁에도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대의원들의 표의 이탈현상이 상층부의 예측범주를 벗어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따라 민주당의 당내 구조는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또한 민주당이 야당 재건을 위해 해결·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양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가 야당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영삼정부를 상대로 「야당프리미엄」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게 돼있다. 정부·여당이 개혁의 주도권을 선점해버린 상태에서 비판과 견제세력으로서의 야당 존재는 대단히 열악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상품성」을 다시 만들어내야 하며,이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차별성을 어떻게 부각시켜야 하는가라는 과제로 요약된다.

더욱이 창당 당대표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구시대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같은 민주당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앞으로 민주당이 보여줄 리더십의 양태이다. 개정된 당헌에 따라 당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게 돼있다. 모든 당론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대표의 역할은 정치역량에 따라 가변적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내 권력이 최고위원들간의 분점상태에 놓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긍정적으로 볼때 이는 민주당의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부분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민주적 장치가 야당의 당내 민주화를 과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동되리란 보장은 없다는게 지배적인 견해들이다.

특히 지도부 경선과정의 과열·분열상이 제대로 수습·극복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새출발」이 무색할 만큼 심각한 후유증을 감내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이 고비를 넘긴다 하더라도 각기 독립적으로 기능할 당내 장치들이 통합된 리더십을 이루어내기 보다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같은 대목들이 잘만 작동된다면 민주당이 건전한 계보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가능성도 김대중 전 대표의 「보스정치」가 몇몇 인물들로 나뉘는 「붕당정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더 우세한 실정이다.

이번 당권경쟁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나 권위를 거부하는 것으로 새롭게 파악된 대의원들의 바닥정서도 당내 민주화의 측면이 있긴 하지만 민주당의 붕당화 여지를 반증해준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당을 운영해나갈 정치자금의 원활한 확보여부이다. 사실 자금문제는 민주당의 당내 정치에 있어 가장 실질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민주당의 과제들은 결국 도덕성과 민주성을 국민앞에 성공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집약된다. 향후 5년간 민주당이 대체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의 판명여부도 여기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대선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거대한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될 수 있느냐 여부가 바로 전당대회가 끝난 다음날부터 시험대에 올라있는 셈이다.<조재용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