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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인의 「조건없는」 송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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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인의 「조건없는」 송환(사설)

입력
199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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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혈육들의 재회는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또 막아서도 안되는 천도이자 인륜이다. 우리는 정부가 여러가지로 복잡한 현실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전향 장기수였던 이인모씨를 북한에 「조건없이」 송환키로 한 결정을 이해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번 결정이 민족대화합 차원에서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고 근 반년간 교착된 남북한관계를 개선하려는 새정부의 첫 대북조치라는 점에서 북한측의 자세변화와 긍정적인 호응도 기대하고자 한다.이씨는 분단과 동족상잔의 무수한 희생자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그런 뜻에서 그의 송환에는 민족의 아픈 상처하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송환을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은 가볍기만 한 것이 아니다. 도대체 6·25는 누가 일으킨 침략이며 도발이었던가. 김일성 집단은 전쟁 당시에만 8만여명의 각계 인사를 납치해 갔을 뿐 아니라 휴전후보로 잇단 도발을 통해 어부 5백여명,KAL기 승무원 12명,해군 경비정 112호 장병 20여명 등을 강제 납치해갔다. 그런데도 그들중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 돌려보낸 일이 없음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이야말로 반인륜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작년 5월의 제7차 고위급회담서 「인도주의」를 내세워 이씨 송환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그들의 진짜 속셈은 이미 명백한 것이었다. 즉 북한주민들에게는 그가 34년간이나 김일성주의의 충실한 신종로서 배신하지 않고 남조선 당국과 「투쟁」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선전,가뜩이나 경제난과 고립화로 흔들리는 김부자 체제를 강화하는데 이용하고 남한의 「비인도적」인 장기구금을 비난하는 한편 남쪽에 대해서는 일부 재야 당 소위 통일세력을 부추기는데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인도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북한의 저의도 문제지만 그를 보낼 경우 친북 미전향 인사들을 고무시키는 문제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6·25전쟁과 그 이후 북한에 의해 가족을 빼앗긴 국민들의 생각이다.

어느 일방만의 인도주의는 감상이고 선전일 뿐이지 진정한 화해가 아닌 것이다.

국민의 뿌리깊은 대북 불신과 석연치 않은 감정에도 불구하고 새정부가 이씨를 「조건없이」 돌려보내기로한 결정에 대해 통일원 등 관계당국은 국민을 설득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북한은 작년 8·15 고향방문 재개협상때 이씨 문제와 관련,우리측의 명절때 고향방문 정례화,판문점에 면회소설치,납북 동진호 어부 12명 송환의 제의에 대해 판문점 면회소설치의 「협의용의」를 표명한바 있어 정부는 이의 실현을 적극 교섭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씨의 무조건 송환과 함께 정부는 핵문제와는 별도로 기업인들의 대북 등 경제교류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이씨 송환을 계기로 북한이 면회소설치 등 이산가족 재회문제의 호응여부에 따라서는 경제협력도 점진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이제 공은 북으로 넘어갔다. 북한이 이씨를 받아들여 어떻게 활용하고 또 인도적 교류에 얼마나 진지한 자세로 나오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의 개선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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