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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대불황 끝이 안보인다/88년 1월이후 계속 내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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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대불황 끝이 안보인다/88년 1월이후 계속 내리막

입력
199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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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체질 약화에 정책 실패까지/거시 지표 대부분 최악 아니면 최저/방치하면 성장 잠재력 잠식당할판5년 대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가 사상 유례없는 최장·최악의 대하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는지 아직도 바닥이 드러나질 않고 있다. 이경식부총리도 지난 9일 『아직까지 경기회복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실토했다.

지난 88년 1월 이른바 「3저호황」의 기세가 꺾이면서 경기가 원점(픽크)을 지나 하강국면으로 들어선지 벌써 5년. 경제개발이 본격 시작된 60년대 이래 가장 긴 내리막 행진이다. 하강의 폭도 깊고 범위도 넓다. 기업부도,설비투자,제조업생산,경제성장률 등 대부분의 거시지표는 사상 최악 아니면 10여년만의 최저이고 재벌에서 중소기업 샐러리맨까지 무차별적으로 불황의 찬바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더욱 빠른 속도로 수직하강하기 시작한 국내 경기는 올들어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던 일반적인 예상과는 정반대로 신 정부의 요란한 개혁정책에 뒤통수를 맞고 하강에 가속도가 붙어 추락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경기의 순환주기상 동틀때가 됐는데 와야할 새벽은 아니오고 어둠이 더욱이 더욱 짙어지니 모든 경제주체들이 절망에 빠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0일 통계청이 조사시점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토대로 작성한 경기주기표를 보면 현재의 경기하강은 3저호황에 힘입어 경기 정점을 이루었던 88년 1월이후부터 시작돼 5년 2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는 1차 오일쇼크로 인한 하강기간 16개월(74년 2월∼75년 6월)은 물론,2차 오일쇼크와 80년 민주화의 봄이 겹친 79년 2월부터 80년 9월까지 19개월 동안의 하강보다도 훨씬 긴 것으로 사상 유례없는 장기 하강국면이다. 86·87년 단군이래 최대 활황에 이은 최악의 불황이다.

특히 90년이후 1백선 내외를 유지하며 완만히 하락하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9월을 고비로 급락하기 시작,72년 3월의 최저치 94선 이하로 떨어진데 이어 올 1월에는 92.2까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부도기업은 1만7백61개로 사상최다를 기록했고 경제성장률,설비투자 증가율,제조업 산업생산·출하 등이 모두 80년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경기하강이 유례없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80년대말 이후 「고비용 저효율」이 우리경제에 체질화된데나 섣부른 경기진단에 따른 정책대응의 실패까지 겹쳤기 때문.

한은 김시담이사는 매년 두자리수에 달하는 실질임금 상승,토지·건물 등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다한 금융비용 등으로 비용은 치솟고 있지만 기술개발부진,해이해진 근무기강 등으로 경제 전반의 효율은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한 어떤 대책이 나와도 경기회복은 힘들것 같다고 밝혔다.

무협 최세형상무는 80년대말의 흑자관리 실패,90년초의 성급한 경기부양정책,91년이후의 과도한 안정정책 등 갈팡질팡하는 정책대응이 겹치고 수출부진과 함께 그나마 경기를 유지시켜 주던 내수마저 가라앉는 쌍둥이 불황으로 경기가 숨가쁘게 꺼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소장은 대외개방과 대내자율화 진전으로 물가 임금환율 수출에 대해 정부가 간여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것도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현재의 장기불황을 방치할 경우 성장 잠재력 자체가 잠식당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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