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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제/어긋난 평준화… 학교 불균형 초래(고교 교육을 살리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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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제/어긋난 평준화… 학교 불균형 초래(고교 교육을 살리자:5)

입력
199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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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간 교사­시설 등 교육여건 격차/불법·고액과외,위장전입 서슴없이/입시경쟁 해소보다 오히려 불붙여지난 74년 고교 평준화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현행 학군제는 그동안 치열한 입시경쟁을 해소하고 심각한 대도시 교통난 완화에 일조를 하는 등 적지않게 공헌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군제는 교육여건이 다른 학교들을 동일지역권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데 묶어 놓는 바람에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학생선발권을 제약할뿐아니라 학교와 학군간에 격차가 심해 입시위주교육의 병폐와 폐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 8학군의 경우 과거 명문고교가 밀집된데다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드세 최근까지도 「교육특구」로 불리면서 고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부정적인 현상이 많이 일어났다.

도입당시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한 이 제도는 75년 인천 대구 광주,79년 대전 전주 수원 춘천 청주 마산 제주,80년 성남 원주 천안군산 이리 목포 안동 진주 등으로 확대됐다. 90년이후 군산 목포 안동 춘천 이리 원주 등의 평준화가 해제돼 현재는 15개시만 평준화 지역이다.

○자녀 전학 요구

서울의 경우 처음엔 도심의 1개 공동학군과 5개 지역학군으로 구성됐으나 그뒤 몇차례 변화를 거쳐 80년 9개 학군으로 정착된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고교배정이 끝난뒤 타학군으로 밀려난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느라 해마다 곤욕을 치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동작구에서 타학군인 용산구의 S여고에 배정된 학생 1백70여명의 학부모들은 재배정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94학년도 2월에 노원구로 이전하게 되는 학교에 학생을 보낼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가 이전하기전 단계적으로 해당학생들을 인근 학교로 전학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학부모들은 막무가내였다. 고2때 전학을 하게되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대학입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8학군 인근지역에 있는 고교에서는 고2가 되면 8학군으로 전학하려는 「8학군 전학대기생」들이 많아 이들을 위한 「강남 특수반」까지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타학군 거주 학부모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8학군 열풍」은 70년대말 강남개발붐과 함께 시작됐다.

77년부터 서울 도심에 있던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속속 이전하면서 8학군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 닥친 것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면 8학군 고교에 다녀야한다는 맹목적인 교육열에 휩싸인 중산층이상의 부유층이 8학군으로 대거이주하면서 세칭 신명문고 주변의 아파트값이 치솟고 위장전입에 의한 불법전학이 성행하는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8학군은 가장 거대한 학군이 됐다. 강남 강동 송파구와 서초구일부를 포함하는 8학군에는 14개 남고,11개 여고,12개 남녀공학교 등 모두 37개의 고교가 있다. 이같은 숫자는 서울 9개 학군의 평균학교수 19개교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일부 8학군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과 비뚤어진 교육환경은 파행으로 직결되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8학군병 불러

8학군은 각종 고액,불법,변태과외의 온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적 평범한 형태의 소그룹(2∼10명) 과외비는 고1이 과목당 40만원,이름있는 강사에게 배우는 고3생은 2백만원을 내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한 「벼락과외」 「짜깁기 과외」까지 극성을 부린다.

그렇다면 8학군은 과연 명문대 진학의 교두보인가.

8학군내 고교들이 타학군에 비해 일반적으로 명문대에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강북지역 고교의 한학년이 8∼12학급인데 비해 강남은 15∼20학급이며 8학군에는 고입연합고사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처음부터 많이 입학한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8학군선호는 한때의 신기루,환상일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 교육청이 최근 일부 고교생들의 고입 연합고사 성적과 3년뒤 대학진학률을 추적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같은 사실은 명확히 드러난다. 조사대상이 된 강남 A고교에는 연합고사 성적 1백90점이상 학생이 1백50명,강북 B고에는 12명이 배정됐다. 3년뒤 강남 A고에선 서울대에 40명,강북B고에서는 25명이 합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94학년도 대입시부터는 내신성적이 40%로 확대반영됨에 따라 우수학생이 몰려 있는 8학군지역 고교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때문인지 최근에는 8학군으로의 전입생이 줄어드는가 하면 심지어 탈 8학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8학군 문제가 아니라도 현행 학군제는 개선되어야할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학군제의 근간인 근거리배정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74년당시 6개 학군으로 출발한 서울시 학군은 5차례의 조정을 거쳐 80년 9개 학군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80년 이후 도시개발이 외곽으로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이제는 학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도시문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통학거리는 버스의 경우 5㎞,지하철의 경우 6㎞이다. 이럴 경우 집에서 정류장까지 5∼10분,기다리는 시간 3분,승차시간 12∼17분,정류장에서 학교까지 5∼10분 등 모두 25∼40분정도가 소요된다.

○통학 불편없게

그러나 상계지역 개발로 학생수가 크게 증가한 2학군의 경우 남북방향으로 길게 분포돼 있어 극심한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도봉로와 동소문로 등 간선도로가 붐비는 1학군의 경우도 통학의 편리를 위해 학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밖에 타학군에 비해 면적이 넓은 7,8학군을 비록,다른 학군들도 이미 개통된 지하철 3,4호선과 추가 지하철노선 건설계획에 맞춰 학군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학군제의 변화는 고교평준화정책 자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학군제 개선은 현행고교 평준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이루어지는게 가장 바람직하다는게 교육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학군제 개선작업중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학군,학교간의 교육여건 차이,특히 강남8학군 문제는 8학군 이외의 강북학군에 집중투자해 교육여건과 교원의 자질을 평준화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학군 재조정 다각도로 검토”/강북교 대폭 지원… 교육활성화 노력

□인터뷰:서울시 교육감 이준해씨

수도 서울의 고교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이준해 서울시 교육감(64)을 만나 현행 학군제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알아봤다.

­서울시 교육청은 몇차례 현행 학군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검토하고 있는 개선방안이 있는지요.

▲지나친 8학군 선호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89년 한국교육개발원에 학군조정 연구를 의뢰해 3개의 개선안을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제1안이 서울시 전역을 하나의 학군으로 묶고 5개교 범위내에서 지원토록 하는 「단일학군방안」이었고 제2안이 서울시를 4개 학군으로 나누어 학군내에서 5개교를 지원토록 하는 「광역학군 방안」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를 1개 공동학군과 4개 지역학군으로 구분해 공동 학군에서 1개교를,지역학군에서 4개교를 지원하게 하는 「혼합학군 방안」이 제3안이었습니다.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결과 제3안의 지지율이 36·9%로 다른 두 방안에 비해 높았으나 이 안을 채택할 경우 학생통학량의 증가로 교통난이 심화되고 원거리 통학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이 시행을 유보했습니다.

그뒤 91년에 한국 과학기술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현행 9개학군을 유지하는 방안 등 3개 개선안을 마련했으나 이 역시 여론수렴 결과 지지율이 뚜렷하게 높은 안이 없어 그대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군개선안 마련이 어려운 이유는 80년 이후 서울시 외곽의 개발이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학교분포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선 최대한 많은 학생을 가까운 거리의 학교에 배정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강남 8학군과 여타학군,특히 강북학군 사이에 학교시설 등 교육여건면에서 심각한 질적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70년대 말 도심에 있던 학교들이 강남으로 이주할 당시엔 신설학교라는 점을 고려,교사배치 등에 배려를 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강남학군이 교사,학생 모두에게 경합지역이 된후에는 강북학군에 집중적인 교육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90년대부터 92년까지 3년간 강북학군 학교의 노후된 시설을 개선하는데 총 2천7백78억원을 투자한 것도 학군간 교육여건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고교 평준화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의 고교교육 진학률은 96%에 달합니다. 따라서 이제 고교교육은 엘리트교육이 아니라 거의 의무교육 차원인 국민 보통교육 수준에 올라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고교입시를 부활할 경우 큰 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습니다.

고교교육 정상화와 관련,강조하고 싶은 점은 대학입시가 고교 교육정상화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94학년도 대입시부터 내신성적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대학별 고사를 국어 영어 수학 등 도구과목 위주로 치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 차장·김현수·장인철·여동은·남경욱·이진동·현상엽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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