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 거부… 36년간 감옥생활/올 76세 “판문점 내다리로 통과”이인모씨는 「미전향 장기수」로 불려진다. 미전향 장기수이므로 그는 여전히 공개적인 공산주의자이다.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이씨의 올해 나이는 76세. 함남 풍산군 안산면 내중리 2996에서 태어난 그는 41년 일본 동경공고를 1년 다니다 그만둔뒤 46년 8월 노동당에 입당,철두철미한 공산주의자가 됐다.
50년 1월 인민군 소위로 임명돼 풍산군 조국보위위원회 군사지도원이 된 이씨는 6·25가 발발하자 노동당 경남도당 군사위 지도원으로 배치돼 남한 땅을 밟았다.
그뒤 50년 9월28일 후퇴하게된 인민군을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덕유산과 지리산에서 이른바 「남조선해방」을 위한 빨치산 활동을 해왔다.
이씨의 최초 투옥경력은 지난 52년 1월,국군의 빨치산 토벌때 체포되면서 당시 군법회의에서 징역 7년을 받아 복역한뒤 59년 1월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출소한후에도 철저한 공산주의자로서 노동당 지하당 구축작업을 시도하다 체포돼 61년 6월 다시 투옥됐다. 감옥에서 끝내 전향을 거부,88년 10월까지 보호감호처분을 받았다.
88년 10월 정부의 사회안전법 폐지로 풀려난뒤 과천의 모양로원에 있다 지난 91년 2월부터 경남 김해의 김상원씨 집에서 거주해왔다. 최근에는 악성흉막염을 앓아 부산대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남북간에 이씨문제가 부상한 것은 지난 89년 3월과 91년 8월 국내 모월간지와 일간지가 이씨의 편지와 수기를 게재하면서부터였다. 이를 계기로 북한측은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이씨의 부인(김순임·64)과 딸(이현옥·42) 부부,외손자를 찾아내 이들의 『남편,아버지를 돌려달라』는 호소를 노동신문에 게재하고 지난해 1월 남북교류협력분과위에서 부터 공식적으로 송환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북한측이 이씨 문제를 고위급회담에서 끈질기게 들고 나오자 우리측은 작년 8차 고위급회담에서 이씨의 「조건부」 송환의사를 밝힌바 있다.
따라서 우리측에서 보는 이인모씨는 「6·25때 남침했다 돌아가지 않고 지리산에 남아 빨치산 활동을 벌이다 투옥됐으나 끝내 사상전향을 거부한 골수 공산주의자」이다.
그러나 북한측은 「오직 수령과 당을 위해 평생을 몸바쳐 혁명투쟁한 영웅으로 나이들어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하지만 남조선 당국에 의해 붙잡혀있는 불쌍한 노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폐렴 농흉 등 합병증을 앓아 부산대병원에 입원해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
담당의사 박형규씨(48)는 『이씨가 고령이고 저항력이 떨어져 안심할 수는 없으나 안정된 수송수단을 택한다면 북한행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0일 정부의 소환방침 소식을 듣고 『감사하고 기쁘다』면서 『고향에 갈때 판문점만은 꼭 내 다리로 걸어서 통과하고 싶다』고 말했다.<부산=김병찬기자>부산=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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