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접근 불가능한 정보유출 주목/조직적 자료제공 인사파문 유발 ”심증”/“인선 잘못 떠넘기기” 시각도새정부가 유례없는 인사파문을 거치면서 지적된 원인과 배경은 「사전검증소홀」 「반개혁세력의 저항」의 두가지이다.
이중 사전검증은 김영삼대통령이 소홀했던 점에 사실상 유감을 표시하고 시정을 다짐했다. 따라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은 인사파문의 배후에 반개혁세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인사파문의 와중에서 이점을 조심스럽게 제기했고 박관용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새정부의 개혁정책에 저항하는 세력이 풍부한 정보와 자금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다가 마침내 김 대통령도 8일 인사파문 수습을 위한 각료 경질인사를 단행하면서 『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려는 책동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개혁저항세력」의 존재여부와 함께 정부가 과연 그 실체를 밝혀내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측은 인사파문과 관련한 언론사제보나 시중소문중에는 도처에 깔려있는 불특정 기득권층의 개인적 음해·시기나 관료직 내부반발 차원의 것도 많지만 그 이상의 냄새를 풍기는 내용이 적지 않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제보나 소문유포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누구는 무슨 일이 있었다더라」는 투의 뜬구름 잡기식이 아니라 근거자료까지 첨부된 구체적 내용인데다 무엇보다도 제보내용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데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측이 결정적 사례의 하나로 제시하는게 모수석비서관에 대한 제보.
이 수석비서관에 대한 제보는 당초 5촌이 월북,6·25때 인민군 장성으로 남침했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와 수석비서관 본인이 관계기관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 5촌은 광복전 고향인 경남 거창을 떠나 만주에서 살다 광복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이북에 정착,소좌(소령)까지 복무했고 지금 80세가 넘은 고령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수석은 5촌의 생사는 커녕 실재여부도 알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
어쨌든 제보내용은 보관된 기록과는 다소 틀리기는 하나 그 자체도 일반인으로서는 접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게 청와대측의 지적이다.
청와대가 조직적 제보의 진원지로 개인의 신상정보를 관리해온 기관을 지목하고 있는 것처럼 시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정부가 정보기관의 기능 및 인원축소를 추진하자 위협을 느낀 조직원들의 반발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따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8일 군정보기관 사령관이 전격 해임된데 대해 이번 인사파문과 관련한 정보유출의 책임을 물은 것 같다는 추측도 있다는 점이다. 일설에는 민간 정보기관에서 정보유출 진원지로 지목될까봐 자체 조사한 결과 새각료 관련 「정보」중에는 5공 초기인 80∼85년 것이 많았고 그때는 군정보기관이 대부분의 정보를 장악했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조직적 반발세력의 저항을 인사파문의 한 배경으로 강조하면서도 아직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측이 인사파문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한두사람의 정보유출 혐의를 조직적 저항으로 과대포장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자당은 이번 인사파문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지만 일련의 파문에 모종의 조직적인 힘이 작용했다는 청와대측의 시각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민자당은 여권내 보수세력들이 김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희석시키고 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조직적인 「새정부 흠집내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자당 일각에는 새정부의 강도높은 개혁의 지천명이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인선과정의 실수도 실수이지만 그처럼 강한 개혁의지에 걸맞고도 능력있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민자당 인사들이 이처럼 청와대측의 「반발세력」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개혁의 한계를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것은 바로 민자당내에도 기득권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들이 적잖게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인사파동의 근본원인이 김 대통령 인사방식의 결함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여권내 개혁 저항세력이 파동의 과정에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각료중 문제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섣불리 폭로하지 않았고 김덕 안기부장 등을 특정인물의 소문에 대해서는 『여권내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주석을 달기도 했다.
이는 인사파동을 표면적으로만 문제삼다가는 개혁방해 세력의 「의도」에 휘말려 개혁의 당위성을 야당 스스로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김 대통령을 비롯,청와대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세력에 대한 「역공」을 취하고 나서자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의 전격 경질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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