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만 예측… 처방실기 일쑤/업계건의 무조건 묵살당해/“경제환경 변화감안 예측모형 개선을”경기정책이 실종됐다. 정부당국이 경기예측 및 경기진단에 있어 최근 수년째 「오보」와 「오진」을 밥먹듯 하고 있다. 경기대책의 실기가 연속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일 비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보해 주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늘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맑은 날씨라고 우겨대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가 「재해대책」을 요구하지만 상투적인 엄살로 치부되어 묵살되기 일쑤다. 문제는 장삿속이 강한 업계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는데 있는것이 아니라 이들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채 무조건 무시하는데 있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통계청의 경기예측은 「상승」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몇개월후에 확인되는 실제 결과는 「하락」이 대세다.
2∼3개월후의 경기상태를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통계청 매달 발표)만을 보면 우리나라의 국내경기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여 지금쯤은 꽤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야 한다. 월중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91년 5월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줄곧 전월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5월 한달만 예외적으로 0.2%의 감소세를 보였고 금년 1월에 0.1% 줄어들었을 뿐이다. 경기선행 지수의 대세는 상승세였고 이는 향후의 경기예측을 계속 밝게만 예측해주었다는 설명이다.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보다 조금이라도 높다는 것은 향후의 경기가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경제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실질경제성장률이 아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또한 캄캄하다. 분기별 실질성장률이 지난해 1·4분기 7.4%에서 2·4분기에는 5.9%로,3·4분기에는 3.1%로 급강하했다. 4·4분기 성장률도 2%대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년 1·4분기 성장률도 지난해 4·4분기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조사시점의 경기상태를 설명해주는 순환변동치는 91년 3월에 100.2를 나타낸 이후 다음달인 4월에 99.6을 기록했고 지난해 12월에는 92.9,금년 1월에는 92.2로 하락했다. 순환변동치의 대세는 경기침체인 것이다.
실제경기는 수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통계청의 경기예측은 「대세 상승」으로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처방이 제대로 될 수 없다. 경제기획원은 한달전까지만해도 「국내경기는 지난해 연말을 전후해서 이미 바닥점을 지났다」고 발표했다. 통계청도 경기선행지수(92년 12월)를 감안,국내경기가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년 1월지표가 나쁘게 나오자 불과 한달만에 비관적인 경기전망을 새로 내놓고 있다.
노성태 제일 경제연구소장은 『정치·경제적 환경은 크게 변화한 반면 경기예측 모형은 이에 맞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경기진단의 오류가 계속되고 있다』며 『경기예측 구성지표를 재조정해야 하고 가중치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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