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파문 매듭… 예상보다 큰폭/“개혁 저항책동 단호하게 대처”김영삼대통령은 8일 새정부 출범이후 내내 시달려온 「인사홍역」의 치유책으로 예상보다 폭이 넓게 법무 건설 보사장관과 서울시장을 경질했다.
김 대통령은 이로써 개혁추진에 차질을 빚게 한 인사파문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사실 아무도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당초 김상철 전 서울시장 경질로 끝나는듯싶던 인사파문 수습책은 박양실 전 보사장관의 부동산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 바람에 시정조치와 함께 불문에 부치기로 했던 박희태 전 법무장관까지 여론의 화살을 맞으면서 사퇴,경질로 이어졌다.
김 전 시장에 이어 박 전 보사장관 문제가 제기되자 청와대는 비리나 도덕성 등으로 부적격시비의 대상이 된 각료 등 신임 고위공직자들의 신상에 대해 자체 정밀조사까지 거쳤다.
뒤늦은 「검증절차」를 서둘러 마친 것이다.
허재영 전 건설장관은 바로 이 과정에서 문제제기가 부적격 판정으로 결론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결국 3개 부처장관과 서울시장이 입각후 열흘만에 경질되는 역대 내각에서 유례없는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파문이 부정적 결과만을 낳았다고는 볼 수 없다.
사상 유례없는 「언론청문회」를 통해 앞으로 공직자는 어떤 처신과 몸가짐이 필요한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공직자의 법적 도덕적 기준이 한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고위공직자 임명때 사전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역설적으로 긍정적 측면으로도 나타난 셈이다.
그렇다고 사전검증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현재 정보기관이나 사정기관에 보관된 주요인사의 인사 및 신상자료에 불신을 살만한 왜곡된 부분이 많다면 앞으로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6일까지만해도 박 전 보사장관 경질과 김 전 서울시장 후임임명으로 인사파문 수습책의 방향을 잡는듯했다.
그러면서도 자체 정밀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경질폭이 늘어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확인해야 할 제보와 소문이 너무 많다보니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제기된 시비들외에도 또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도 알 수 없었다.
박 전 법무장관의 경우는 대통령의 재신임을 얻고도 부정적 여론에 고민하던 본인이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을 거쳐 결단을 내렸고 김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
허 전 건설장관은 경질이 아니라 해임된 케이스로 이번 인사파문 수습책의 상징적 대목중 하나로 해석된다. 이번 자체 조사에서 문제점이 확인된 다른 각료들도 있었다고 청와대측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문제점이 각료를 경질한만큼의 사안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허 전 장관은 드러난 문제점이 공직수행에 지장을 줄 정도의 것이고 청와대는 허 전 장관 해임조치로 자체조사의 확실성을 담보받으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이날 경질인사 내용을 이경재 공보수석을 통해 발표하면서 이번 인사파문에 대한 시각의 일단을 내보여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새정부의 개혁정책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러한 책동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낮 언론사 사장들과의 오찬 석상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애기를 했다. 『개혁을 해나가는데는 역풍도 있고 저항도 있을 것』이라며 『그런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말해 개혁저항세력의 존재를 밝힌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도 이번 인사파문의 와중에서 이점을 이미 지적했지만 김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
김 대통령은 이날 인사파문으로 인한 물의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따라서 개혁저항세력을 겨냥한 발언이 「인사오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공보수석은 이와관련,『「얼굴없는 움직임」이라 쉽게 적발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여러가지 증거를 잡고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며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주요인사 신상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조직이나 기구가 어디냐』고 했다.
이로 미루어 주중에 있을 정보 및 사정기관 기구개편 및 인원감축 과정에서 상응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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