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찰이 거듭 날 계기를 맞았다.문민정부 첫 치안총수의 중책을 걸머진 김효은 신임 경찰청장은 이 사실을 『경찰에 투신하면서부터 사회개혁에 벽돌 한장을 더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는데 32년만에 맞는 문민시대의 치안책임을 맡아 걱정이 앞선다』는 취임소감으로 대신했다. 여관구 신임 서울경찰청장도 취임일성으로 「윗물맑기운동」을 펴나가겠다며 금전수수 인사청탁거부 각서를 간부들로부터 받겠다고 했다.
두사람의 말은 역설적으로 그간 우리 경찰의 실상을 반영한다. 광복후 창설과정에서부터 친일세력의 잔존문제로 경찰의 정통성이 의심받아온 것은 주지의 역사적 사실이다. 최근엔 소위 시국치안이라는 미명아래 경찰은 국민들의 공복이기는 커녕 부당한 권력의 대리행사자로 인식되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경찰은 지금,이런 부담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김 청장은 『시국치안과 민생치안을 결코 대립개념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로 과제에 대한 인식여부를 의심스럽게 했다. 그는 6·29이후 봇물터진 듯한 민주화시위,경찰에 대한 화염병 기습시위,이에 편승한 떼강도들의 기승을 모두 「큰폭력」이라고 단순 규정하고 『큰 폭력을 잡지 못하면 작은 폭력도 잡지 못한다』는 당연한 논리로 이를 뭉뚱그렸다.
김 청장은 이근안경감 검거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정서에 어긋날지 모른다』고 전제한뒤 엉뚱하게 『이 경감이 대공활동에 헌신적이었으며 동정론도 있다』고 말해 「정의로운 경찰」이라는 그의 새경찰상이 과연 무엇인지 의아스럽게 했다.
경찰에는 새수뇌부 취임을 전후해 시위진압 기동대의 민생치안전환,검문소 운영개선,경찰 출퇴근시간 엄수 등 몇가지 획기적이라 할만한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 청장과 여 서울청장은 스스로 『기동대를 파출소에 배치한다고 민생치안이 되겠느냐』 『정시퇴근보다는 치안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해 효과자체를 의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무슨 유행처럼 일고 있는 인사바람이나 기구개편만으로 경찰의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다. 경찰의 진정한 거듭남은 역사적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에 충실한 행동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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