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한데 이어 민자당에서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시도지부와 지구당의 폐지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정치개혁의 요체를 그대로 찌른 것 같아 한마디로 통쾌한 느낌마저 주는 획기적인 발상이다.권력의 정상에 있는 대통령이 막대한 정치자금을 모금해서 중앙당을 통해 지구당까지 조직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내려보내던 과거의 관례를 돌이켜보면 혁명적이라 할만하다.
대통령이 자금을 거두지 않고 매달 수십억원씩 경상비가 들어가던 2백37개 지구당과 15개 시도지부까지 없앤다면 정치는 절로 깨끗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여당 총재인 대통령이 정치자금을 받았던 이유의 하나도 그많은 지구당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과거 정통성에 자신이 없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자는 거대한 조직을 거느릴 필요가 있었고 그 방대한 전국적인 조직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또 정통성이 없는 정권을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선전홍보하기 위해 중앙훈련원에서 당원훈련을 1년내내 실시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여당운영은 3공 때부터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수백개의 지구당을 1년3백65일 상설 운영하고 수백만 당원을 사시사철 훈련시키는 나라는 과거 전체주의국가 이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제 정통성시비 여지가 없는 문민정권이 들어선 이상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정치유물들을 깨끗이 정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민자당은 시도지부와 지구당 정리에 하루 속히 결단을 내리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원들도 검은돈의 유혹에서 자유스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밤낮 지역구관리에 매달려온 의원들도 한결 어깨가 가벼워져 국회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당을 상설운영하지 않더라도 선거때 임시사무실만 가지고 충분히 선거를 치를 수 있다. 공조직인 당원이나 선거운동원들 때문에 「효율성이 의심스러운 자금소요」가 너무 많다는 것은 여당 의원들 스스로가 경험을 통해 더 잘아는 일이다.
이제는 그러한 정치의 과소비와 낭비를 근절해야 할 때가 왔다. 선거에 임박해서는 선거에 관한 법과 규정을 손대기가 어려우니 지금부터 서둘러 일찌감치 작업을 해두어야 한다.
욕심을 더 부린다면 여야가 모두 상징적인 중앙당사만을 남기고 언제나 텅텅비어 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사무실을 쪼개어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보기 바란다.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나라에서는 그렇게 원내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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